中 프로젝트 좌초·美 공급망 검토… ‘K-반도체’ 위상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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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프로젝트 좌초·美 공급망 검토… ‘K-반도체’ 위상 높아진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1.03.0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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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2조원 반도체 자립 프로젝트 청산 절차 돌입
美 바이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검토 지시
D램 70%·낸드 50% 장악한 ‘K-반도체’ 몸값 오를 듯
중국의 20조원대 반도체 프로젝트가 좌초되고,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검토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중국의 20조원대 반도체 프로젝트가 좌초되고,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검토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K-반도체’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20조원대 반도체 프로젝트가 좌초되고,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검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자립 프로젝트가 암초에 부딪히고,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점검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를 향한 미·중 양국의 구애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중국은 그동안 ‘반도체 자립’을 위해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표적인 투자가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다. 이 회사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적용된 시스템 반도체 제작을 위해 설립됐다. 중국 정부가 쏟아부은 돈은 22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HSMC는 청산을 면치 못했다. HSMC은 전직원을 상대로 회사 재가동 계획이 없다며 퇴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프로젝트 실패는 반도체 자립을 실현하려는 중국의 야망이 좌절된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선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면서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비대면 서비스 이용 확대, 자동차 수요 급증 등으로 공급 부족 문제가 화두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품귀 현상이 발생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이 현실화됐다. 백악관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뛰어든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 2위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1.3%, SK하이닉스는 28.2%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전 세계 D램 공급의 70%를 책임지는 것이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도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3.1%로 1위다. 인텔 낸드 부문을 인수한 SK하이닉스도 점유율 20%대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낸드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를 향한 미국과 중국의 구애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을 제쳐두고 반도체 공급망 개편에 나설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미국은 반도체 현지 투자를 계획 중인 삼성전자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 주정부 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제품이 절실한 상황이다. 반도체 자립이 난항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로부터 가장 많은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초강대국 미국·중국 입장에서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K-반도체’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당분간 반도체 가격 인상이 지속된다면 핵심 공급자에 위치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가격 협상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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