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발 복수의결권 입법 논의 ‘활활’
상태바
쿠팡발 복수의결권 입법 논의 ‘활활’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3.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도 도입 정부안, 재계도 중기도 시민단체도 불만족
미국에 상장 추진하는 쿠팡이 국내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에 불을 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에 상장 추진하는 쿠팡이 국내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에 불을 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쿠팡발 복수(차등)의결권 입법 논의가 뜨거운 쟁점을 낳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재계와 중소벤처기업, 시민단체 등 도입 찬・반 의견 외에도 개정안에 대한 일진일퇴 공방이 치열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미국에 상장 추진하면서 김범석 의장이 주당 29개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에도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에 불이 붙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달 23일 복수의결권 도입 내용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으며, 이달 법안 심사를 거쳐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

해당 정부안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 한해 1주당 2개 이상 최대 10개 이하의 의결권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감자나 이사회 권한, 급여, 이익배당 등 주요 의결사항은 복수의결권이 제한되며 창업주 보유 지분이 30% 미만일 경우 최대 10년까지만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다. 상장 이후에는 3년간만 인정된다.

정부는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을 벤처기업 육성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도 복수의결권 도입을 통해 벤처기업 창업자가 지분희석 우려 없이 투자유치 및 경영지속성을 유지함으로써 기업 성장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벤처기업은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가 용이함으로써 자본 투자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복수의결권을 발행해 성장한 대표적 사례로는 구글과 페이스북, 알리바바, 샤오미 등이 언급된다. 국내 IT업계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시가총액 상위권으로 성장한 빅테크 기업조차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관치경영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 복수의결권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인해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받는 역차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상법에서 규정하는 1주1의결권 주주평등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관점이다. 일부 시민단체 등은 재벌이 제도를 악용해 지배주주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전용될 것이라는 부작용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정부안은 이런 양측 주장을 절충하는 성격을 갖고 있지만,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반쪽짜리’ 비판도 일고 있다. 정부안이 비상장 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벌기업이 비상장기업에 대한 지원성 거래를 통해 사익편취, 경영세습해온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란 시각이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상장 시 3년만 허용하는 것에 대해 제도 취지를 약화시키고 자본 유치 제약도 크다며 아쉬움을 보인다. 재계도 현재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돼 있는 주요 상장 대기업들이 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에서 불만을 표출한다.

일각에서는 복수의결권을 발행하는 벤처기업에 대해 벤처캐피탈 등 모험자본이 투자를 꺼리게 돼 신규투자가 위축되고 장기적으로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란 역효과도 제기한다. 현행 법규 내에서도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창업자의 경영권 보장이 가능해 신규 제도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복수의결권 제도에 대한 찬반 대립에 더해 부실한 정부안에 대한 여러 비판 의견도 있어 입법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