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신념’ 따른 예비군훈련 거부 첫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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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신념’ 따른 예비군훈련 거부 첫 무죄 확정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2.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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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종교적 이유가 아닌 평화·비폭력 신념에 따라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것이 ‘정당한 사유’라고 인정된 첫 번째 판례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에 의한 경우라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훈련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이 정한 정당한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3년 2월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어릴 적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를 보며 비폭력주의 신념을 가지게 됐으며 미군의 민간인 학살 동영상을 본 뒤로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전쟁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병역을 거부하기로 했지만, 어머니와 친지들의 설득에 못 이겨 군사훈련을 피할 수 있는 화학 관리 보직에서 근무했다.

제대한 뒤에는 더 양심을 속이지 않기로 하고 예비군훈련을 모두 거부했다. 이에 14차례나 고발돼 재판을 받았고 안정된 직장도 구할 수 없었다. A씨는 결국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1심은 A씨의 양심이 구체적이고 진실하다고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예비군법의 처벌 대상 조항인 ‘훈련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받지 않은 사람’ 중 정당한 사유에 A씨가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사는 A씨가 ‘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버워치’ 등 폭력적인 게임을 한 점을 들어 항소했지만 2심도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게임은 캐릭터의 생명력이 소모되더라도 다시 살아나고 공격을 받더라도 피가 나지 않아 살인을 묘사한 것과 거리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A씨 역시 일부 게임을 어릴 적 그만뒀고 최근 한 게임도 양심에 반하는 수준의 폭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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