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호 백신이 화이자였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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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호 백신이 화이자였더라면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1.02.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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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드디어 한국에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된다. 24일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위탁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출고됐다. 출고된 백신은 물류센터를 거쳐 전국 보건소와 요양병원으로 운송되며 26일 첫 접종을 시작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분위기는 아니다. 하필 국내 첫 접종 백신이 AZ 백신인 탓이 클 것이다. 이 백신은 효능을 두고 해외에서 불신을 받고 있고, 우리 방역당국도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AZ 백신 접종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백신 접종 1호가 돼야 하는지를 두고 정치권 내 논쟁까지 불거지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말았다. 무엇보다 백신 1호 접종을 '실험 대상'으로 규정한 한 정치인의 실언이 문제였다. 게다가 '대통령이 먼저 맞아 국민 불안감을 불식시켜달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통령 대신 내가 맞겠다'는 여당 의원들의 릴레이 선언은 상황을 희화화 시키는 느낌마저 든다. 

어쩌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른 나라를 보자.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 직접 백신 접종 모범을 보이며 코로나 극복 최전선에 나섰다. 그 결과 '백신을 맞겠다'는 미국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을 접종하기 전 전체 인구의 34%에서 47%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스라엘에서도 71세 총리가 코로나 백신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1호 접종자를 자처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역시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들여오면서 1호 접종자로 나섰고, 남아공 대통령도 세계 최초로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해서 백신을 먼저 맞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권과 청와대에서 나오는 말처럼 굳이 대통령까지 나서야할 만큼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백신 접종 1호가 가지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야당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1호 논란을 계기로 지난해 정부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했다는 아쉬움이 더욱 진해진다. 정부가 좀더 노력해서 화이자 백신을 먼저 확보했다면 어땠을까. 공교롭게도 AZ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26일 화이자 백신이 국내에 들어오고, 바로 다음날 접종에 들어간다. 화이자 백신이 먼저 들어왔다면 1호 논란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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