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위기 맞은 차량용 반도체…정부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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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위기 맞은 차량용 반도체…정부 지원 절실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2.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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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코로나19로 발주량 조절…수급불균형 초래
한파·지진으로 공장 운영 타격…완성차 기업, 감산 결정
미국·유럽, TSMC에 증산 요청…“우리 정부도 나서야”
차량용 반도체 공급량 부족으로 완성차 업계가 감산에 돌입하는 등 경제적 타격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 부족으로 절반 가동 중인 한국GM 부평공장. 사진=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 공급량 부족으로 완성차 업계가 감산에 돌입하는 등 경제적 타격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 부족으로 절반 가동 중인 한국GM 부평공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감산에 돌입하는 등 연쇄작용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예측 불가능한’ 위기로 인해 생산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자율주행·전기차·인포테인먼트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지진·한파 등 ‘검은 백조(Black Swan·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발생할 경우 시장에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 위기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핵심 부품 수급이 내달 바닥을 보여 1분기에만 자동차 생산량이 100만대가량 지연되고, 올 3분기까지 공급량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시장 축소를 경험한 업체들이 발주량을 조절하면서 시작됐다. 반도체 업체들은 발주가 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수요가 증가한 노트북·모니터 등 IT기기 관련 제품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자동차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줄지 않았고, 이는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시설의 특성상 한번 정한 생산 라인을 바꾸는 데엔 최소 4주 이상이 걸려 대응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1·2·3위 기업에 ‘검은 백조’ 위기가 닥쳤다. 미국 텍사스주 한파와 폭설로 NXP와 인피니언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주력 생산기지 이바라키 공장도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규모 7.3의 지진으로 인해 한 달 이상 공장 가동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전전긍긍’이다. 이미 폭스바겐·포드·스바루·도요타·닛산·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감산을 결정했다. 국내에선 한국GM이 지난 8일부터 쉐보레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의 감산에 돌입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당장 차질을 빚고 있진 않지만 매주 재고를 확인하며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생산 차질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자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 생산량 증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론 물량을 확보해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론 차량용 반도체 자립을 위한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수급 상황이 다른 국가보단 나쁘지 않지만 언제 타격을 입을지 모르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TSMC 등에 증산 협력을 요청, 단기 물량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수급 차질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전자·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를 통한 대체 생산 역량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은 우리 자동차 업계 일부의 위기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국제협력 노력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론 국내 자동차 업계와 팹리스·파운드리 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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