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맛없는’ 맥주 때문에 ‘카스처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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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맛없는’ 맥주 때문에 ‘카스처럼’ 등장?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3.06.2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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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영 산업부 팀장
[매일일보 전수영 기자] 언젠가부터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가 일반화되었다. 술자리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폭탄주 만드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폭탄주를 마시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밋밋한’ 맥주를 그냥 마시기는 싫고, 그렇다고 ‘독한’ 소주만 마시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점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폭탄주를 선호하는 애주가들의 대부분은 맥주 ‘카스’에 소주 ‘처음처럼’을 섞는다. 이른바 ‘카스처럼’이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폭탄주 애주가들은 카스에 처음처럼의 조합이 가장 맛이 있다고 얘기한다.

이들은 우리나라 맥주와 소주가 각각은 맛이 없지만 섞으면 오히려 맛이 좋아진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맥주 선호자 중 많은 이들이 국산 브랜드 맥주 대다수는 맛과 풍미가 풍부하지 못하고, 거품도 빨리 사라져 시간이 지나면 쓴맛이 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외국 브랜드 맥주나 수입산 맥주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국산 맥주는 각각의 독특한 맛이 있어 한번 빠지면 다른 맥주를 마시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외국산 맥주를 소주와 섞어서 마시는 이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맥주 자체의 맛과 풍미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소비자들은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소비자로서는 비싸더라도 기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애국심을 요구하며 상대적으로 ‘맛없는’ 국산 맥주를 마시라고 할 수는 없다.

국내 맥주 제조회사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 외산 맥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소비자를 붙잡아야만 한다.

하지만 국산 맥주제조업의 양대 산맥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신제품 출시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맛있는 맥주를 고대하고 있는 주당들은 어쩔 수 없이 한동안 맥주에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시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맥주시장을 호령하는 A사의 마케팅 전략이 생각난다. 2차세계대전 종전 후 A사는 당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던 B사를 쫓아가기 위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식생활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수년 후 청소년들이 대학생이 됐을 때 어떤 입맛을 갖게 될까를 연구했다. 결국 A사는 그 입맛에 맞는 맥주 맛을 찾아냈고, B사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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