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급등]정유・화학・조선 ‘맑음’…철강・자동차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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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급등]정유・화학・조선 ‘맑음’…철강・자동차 ‘구름’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2.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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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전반적 회복세 지속…화학은 “표정관리 힘들 정도” 호황
국제 에너지 가격 회복으로 조선 선박 발주량이 양호하다. 사진은 한국조선해양 건조 선박. 사진=연합뉴스
국제 에너지 가격 회복으로 조선 선박 발주량이 양호하다. 사진은 한국조선해양 건조 선박.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최근 원자재값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지만 중국발 경기회복세를 타고 있는 국내 제조업은 걱정이 덜하다. 오히려 적당한 원가 상승이 시황 활성화를 일으켜 다수 제조 업종의 매출과 수익성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 코로나 재확산세를 빠르게 극복한 중국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우리 제조업과 비슷한 일본이 양호한 업황을 보이는 것까지 고려하면 이런 전망은 한층 힘을 받는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원자재인 석유의 경우 원유와 국제제품가격이 나란히 올라 산유국 감산조치와 수요회복 흐름이 균형을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이 넉넉한 흑자를 볼 정도로 정제마진이 개선되진 않았지만 원유가격이 급등한 것만으로도 재고평가이익이 커질 만하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의 자연재해에 따른 정유설비 가동중단 여파가 이어져 정제마진도 탄력을 받고 있다.

화학업종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예상을 뛰어넘는 호황으로 업체들은 신바람이 났었다”며 “워낙 실적이 좋아 표정관리가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호황을 주도했던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등 주요 화학제품들은 연초 살짝 주춤했다가 곧바로 지난 연말 수준 시황을 회복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국내 납사크래커(NCC)를 보유한 대형 화학사들은 지진 영향으로 가동을 멈춘 일본 NCC업체들의 반사이익도 보게 됐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과 LG화학 여수NCC 공장 화재로 공급부족현상이 일어났던 만큼 올해는 반대로 공급과다 우려가 제기됐었지만 이를 완화시킬 소재다.

TV, 노트북, 공기청정기 등 코로나발 IT제품 수요증가로 ABS 스프레드(제품과원료 가격차이)가 폭증했었는데 시황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전방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기전자산업 수요도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와 연동해 조선 업황도 살아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 등이 이달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들로부터 다수 선박 발주 계약을 따내는 등 올 들어 순조로운 행보를 보인다. 유가가 오르면 액화천연가스(LNG)가격도 올라 관련 시추 플랜트나 운송선박 운용의 수익성이 높아진다. 중동 산유국들의 채산성도 회복돼 다양한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가 재가동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을 비롯해 건설, 자동차산업 경기에 밀접한 철강업도 긍정적이다. 최근 국제 철광석, 유연탄 가격이 오르며 원가 부담이 중첩되고 있지만 이같은 원자재값 상승은 국제 경제를 낙관하는 기대감과 실수요 회복에 기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선박은 물론 인프라 건설 발주가 늘어나면 철강업을 누르던 불황도 한결 개선될 수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업계는 지난해 부진했던 업황의 기저효과도 예상된다. 다만 철광석과 유연탄을 많이 쓰는 고로 중심 사업구조에 따라 포스코와 여타 업체들 간 수익성 편차는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 업계가 구조조정과 사업개편을 진행하며 수익성을 제고해온 노력이 업황 회복세와 더불어 가시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전방 자동차 업황이 다소 부정적이다. 국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국제 자동차 수요 감소에도 비교적 선방했으나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신차 출시로 내수가 높았는데 정책 효과가 이미 선반영됐고 신차효과도 완화되면서 내수 부문의 부침도 예상되던 터다.

한편, 경기 회복 지속 유무는 결국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원흉인 코로나19가 백신 개발로 종식될지 여부에 달렸다. 국제 정제마진의 부진도 코로나 이후 항공유와 선박유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한 탓이었다. 국제 봉쇄조치 완화로 여행수요가 회복되고 해상 교역량이 늘어나야 정유업도 안정적 흑자노선에 복귀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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