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주식열풍에 예·적금 썰물… 은행권 유동성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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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주식열풍에 예·적금 썰물… 은행권 유동성 경고등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2.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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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예금이탈 20조 달해...대출만 늘며 예대율 관리 비상
주식계좌는 한달만에 141만개 늘어...'머니무브' 가속화
초저금리 시대와 주식열풍이 더해지며 은행들의 예·적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초저금리 시대와 주식열풍이 더해지며 은행들의 예·적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은행들이 유동성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정기예·적금은 물론 핵심예금으로 꼽히는 요구불예금 잔액마저 줄면서 비상이 걸렸다. 

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데 예금은 빠져나가면서 예대율,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순이자마진(NIM) 등 각종 지표 방어가 어려워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97조원으로 전월대비 4조4000억원 줄었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0%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지난달 기준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0.89%로 집계됐다.

요구불예금 등 수시입출식 예금도 지난달 말 기준 858조2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4조8000억원 급감했다. 통상 새해엔 저축, 성과급 등 이슈로 요구불예금이 늘기 마련인데 통장에 들어온 돈이 바로 어디론가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언제든 자금을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대기자금 성격이다.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서 빠진 자금 상당 부분은 주식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강도 높은 규제에도 신용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은 늘기만 했다. 지난달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2400억원으로 전월과 비교해서 1조5918억원(1.19%) 증가했다. 가계대출 총액은 전월대비 4조2199억원(0.63%) 늘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포함한 원화대출 총액은 9조9426억원(0.79%) 많아졌다.

예금은 줄고 대출은 늘어나다보니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예대율 관리가 시급해졌다. 

은행들은 예대율이 100%를 넘기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5대 은행 중 일부가 지난해 말 기준 100%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유동성 관리 이슈도 다시 부상할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방어도 우려 수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수익성을 지켜주던 요구불예금마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예금 잔액을 늘릴 묘수가 없는 은행들은 최근 들어 은행채 발행 등으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4대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규모는 3조43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3600억원) 대비 약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앞으로 은행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최근 은행권 발행이 더욱 활발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조달이 쉽지 않아 은행채 발행 등으로 방법을 찾을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고채 금리와 함께 금융채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여 발행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저축예금이 직접투자로 흘러들어가는 머니무브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해 들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은행 자금은 지난달에만 20조원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글로벌 증시는 연말까지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은행에서 증시로의 머니무브도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선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서 빠진 자금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투협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증권계좌 예탁금은 지난 10일 기준 약 65조원2489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계좌 예탁금은 증시 대기 자금 성격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목적으로 예탁된 돈이다. 증권계좌 예탁금은 지난달 최고점(70조2202억원)을 찍은 뒤 조금씩 줄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 활동 계좌 역시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 1월 주식활동 계좌는 3548만5427개에서 3690만3820개로 증가했다. 한 달 만에 141만8393개 증가한 것으로 월별 역대 두번째 기록이다. 거래일 기준으로 하면 하루에 평균 7만920개씩 늘어난 셈이다.

연초에 이미 은행 자금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 예금 기피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도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1월 중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정기예금+수시입출식)은 19조1000억원 감소했지만, 통상 결제성예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의 경우 12월 상여금 지급 등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연초 이후 증시호조에 따른 대규모 개인자금 유입이 가속화 되면서 은행예금 이탈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오히려 결제성예금의 증가율은 26%(yoy)로 사상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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