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법부 민낯 보여준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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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법부 민낯 보여준 대법원장
  • 송병형 기자
  • 승인 2021.02.0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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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송병형 정경부장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은 김 대법원장을 두고 “정치편향적 법관들의 사적 조직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면서 사실상 핵심적인 활동을 해왔다”며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를 지켜 낼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우려했다. 또 “위증 및 말바꾸기를 여러 차례 하는 등 고위공직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야할 최고의 덕목인 정직성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양심적 병역거부 등 주요 현안에 대하여 불명확한 답변 태도로 일관하는 등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가치에 반하는 답변이나 태도로 보아 사법부 수장 자격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의 불참 속에 인사 청문 보고서를 표결에 붙였고, 닷새 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 대법원장에게 “사법의 독립,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법률가로서 평생을 꿈꿔왔던 것”이라며 “사법부가 대법원장님의 취임 그 자체만 가지고도 많이 바뀌어 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김 대법원장도 “국민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사법개혁을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는 정치적 중립 논란이 끊이질 않아왔고, 급기야 헌정사 초유의 판사 탄핵소추 사태를 맞아서는 그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임성근 부장판사 측이 지난 4일 공개한 녹취록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여당에서)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게다가 불과 하루 전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관련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잡아뗐던 김 대법원장은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 나자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다”고 핑계를 댔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약속은커녕 기본적인 양심마저도 지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만한 인사가 못 된다는 야당의 주장을 본인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됐다.

김 대법원장이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에 이어 13기수를 건너뛰어 파격 발탁됐을 때 그가 보여줬던 행보를 보면 이번엔 드러난 그의 민낯은 더욱 실망스럽다. 2017년 8월 대법원장 후보자 신분으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을 찾아왔던 그는 기자들에게 자신을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그것도 사실심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만 해온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이번에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당시 그는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춘천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와 지하철로 갈아탄 뒤 내려서 대법원까지 걸어오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된 바 있다. 김 대법원장 측은 당시 “춘천지법원장이 아닌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장에게 배정된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그때 이미 보여주기에 능한 정치적 면모를 드러낸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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