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사교육’을 홀대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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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사교육’을 홀대하는 나라
  • 고수정 기자
  • 승인 2013.06.24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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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정 정치부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화제가 되었다.

학생이 교사에게 “선생님, 역사는 왜 배우는 거에요?”라고 묻자 선생님은 꿀밤을 때리며 “배워야지”라고 대답한다. 이에 학생은 “아! 왜 때려요!”라고 되물었고, 교사는 다시 한 번 꿀밤을 때린다.

그러자 학생은 꿀밤을 피하며 “왜 자꾸 때려요? 역사는 왜 배우냐니까요?”라고 묻는다. 교사는 “네가 나한테 맞았던 걸 기억하지 못했다면, 두 번째로 때렸을 때 피할 수 있었을까?”라고 대답한다.

최근 성인남녀 1000명과 중고교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25 전쟁 발발연도를 묻는 질문에 성인의 94.2%가 정확한 답변을 한 반면 청소년은 그 비율이 47.3%에 불과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작년과 재작년의 42.4%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한 결과이지만 52.7%의 청소년이 6·25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앞서 고등학생의 70% 가까이가 ‘남침’과 ‘북침’ 용어를 제대로 모른다는 설문조사와 맞물려 충격을 키웠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청소년들의 안보의식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 그 자체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토분쟁 등을 계기로 우리 주변 나라들이 역사 교육 강화에 공을 들이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한국사를 찬밥 대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고교 과정에서 한국사 수업은 대부분 학교에서 한 학기나 두 학기 동안만 하고, 대입을 코앞에 둔 고3 학생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치는 곳은 216개 학교 중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역사와 민족에 대한 기초인식이 형성되는 시기에 한국사의 비중이 이렇게 줄어든 이유는 대학입시에서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 되었기 때문이다.

앞부분에 인용한 이 게시물 하단에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글귀가 ‘한민족에게 미래는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지 않기 위한 사회 전반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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