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국정원 시국선언' 놓고 찬반논쟁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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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국정원 시국선언' 놓고 찬반논쟁 뜨겁다
  • 민성아 기자
  • 승인 2013.06.21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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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정당" vs "일반학생 의견 물어야"

[매일일보]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규탄 시국선언이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대학가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시국선언을 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21일 현재까지 서울대를 필두로 이화여대, 경희대, 성공회대 등 서울지역 여러 대학 총학생회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규탄하고 관련자 처벌, 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 또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국대 총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규탄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이날 오후 비상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소집했고 한양대는 23일 오후 임시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 시국선언 등과 관련한 구성원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국선언 발표의 절차적 문제와 당위성 등을 놓고 학생들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찬성하는 학생들은 검찰 수사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이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폭거이므로 총학생회가 학생들을 대표해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의혹의 실체를 속단하기엔 이르고 이 사건과 관련해 의견이 다른 학생도 있는 만큼 총학생회가 전체 학생 대표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도 나온다.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나 사안이 막중한 점을 고려해 투표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시국선언 발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른 학교들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내부적으로 신중한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례로 경희대 총학이 페이스북에 올린 시국선언문에는 지지 댓글과 함께 '학교 이름을 내걸고 시국선언을 하는 만큼 투표가 필요하다', '시국선언이 작은 의제도 아닌데 학생 의견 수렴 과정이 있어야 한다' 등 의견을 담은 댓글이 올라왔다.

연세대에서는 최근 총학이 시국선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반대나 신중론을 담은 여러 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진상이 확실히 규명되기 전에는 시국선언은 이르다', '학생 의견을 먼저 물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외부 단체 등과 연계를 피하고 학교 단독으로 하라' 등 의견을 쏟아냈다.

한양대 의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한양대의 어떤 단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관련자들의 철저한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학교 커뮤니티에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정원 사건은 당분간 대학가의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시국선언 발표 등 학생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확산할지 관심이다.

숙명여대, 덕성여대, 광운대 등 전국 15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이날 낮 12시 몇몇 대학 총학·단과대 학생회와 함께 국정원 정치개입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울러 오는 23일까지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열고 국정원 규탄 1인시위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2005년 출범한 진보 성향 대학생단체 한대련은 15개 대학 총학생회와 100여개 단과대 학생회가 가입해 있는 조직으로 2011년 대학가를 달군 '반값 등록금' 운동에 적극 참여한 것을 비롯해 사학비리 척결, 한반도 문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대학가에서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태가 벌어진 뒤 고려대, 연세대 등 12개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 시국선언을 하는 등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른 적이 있다.

대학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최근 대학생들이 집단행동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과거와 달리 대학가 움직임을 주도할 구심점이 약해진 상태"라며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서는 한대련 등 대학생단체를 제외하면 개별 대학 총학의 독자적 입장 발표나 소수 대학들의 연대 수준에서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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