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정치인은 모르고 외국만 아는 ‘이재용 부재’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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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 정치인은 모르고 외국만 아는 ‘이재용 부재’의 무게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1.01.31 14: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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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과거 노키아 휴대폰과 소니 TV가 군림하던 시절은 요즘 말로 ‘라떼 이즈 홀스(나 때는 말이야)’ 이야기다. 글로벌 절대 강자의 몰락은 지금도 유효하다. 종합 반도체 절대 강자 인텔은 낸드 부문을 대거 철수했다. 임기가 남은 최고경영자(CEO)도 급하게 경질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5년에서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납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글로벌 기업의 치열한 생존을 이렇게 말했다. 삼성도 미래 준비가 삐걱거리면 노키아, 소니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옆에서 경영을 배웠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러한 경영 철학을 몸에 익혔다. 이 부회장의 위기의식과 미래 먹거리 고민은 남다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0번이 넘는 국내외 현장 경영 강행군을 달렸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처럼 삼성의 치열한 생존 고민을 임직원들과 함께 나눈 것이다. 올해 들어 구속 전 그 짧은 시간에도 이 부회장은 반도체,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사업장을 사흘 연속 방문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기업의 치열한 현실 인식과 동떨어진 국내 정치권 의식 수준이다. 무리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을 발목 잡아도 정치권은 ‘침묵’한다. 오히려 이 부회장과 삼성을 압박하는 듯한 메시지만 내놓는다.

씁쓸한 것은 외국 정치권에서 ‘한국 기업인’ 이 부회장을 반긴다는 점이다. 베트남 총리는 여러 차례 이 부회장을 만나 삼성의 베트남 반도체 투자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제안했다. 심지어 미국 집권당 실세마저 삼성에 러브콜을 보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삼성 고위 관계자와 접촉해 자신의 지역구인 뉴욕주에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들이 이 부회장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반도체는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 기간산업이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건설, 유지 보수, 운영에 대규모 인력 채용이 필요해 ‘초대형 일자리’가 창출된다. 지역경제에서 나아가 국민경제에 엄청난 보탬이 된다.

우리 정치권 분위기는 너무 다르다. 오죽하면 ‘삼성 본사를 외국으로 이전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가짜 옥중 메시지를 많은 이들이 진짜로 여겼을까.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진짜’ 입장문을 통해 ‘투자·고용을 멈추지 않겠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인 접견이 불가능하고, 글로벌 기업인들과 교류는커녕 외부 정보마저 차단된 상황에서 삼성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투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최종적 판단이 수월할지 우려된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대규모 투자나 장기적 전략행보는 지연되거나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고, BBC도 “이번 선고가 리더십 공백을 초래하고 앞으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삼성의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나라 정치인들과 외신들도 아는 이 부회장의 무게는 정작 이 땅에서는 가볍게 재단된다. 본인은 얼마나 답답할지 미뤄 짐작하기 어려울 듯하다. 얼른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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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2021-02-03 20:53:32
아이구 너나 걱정해라~~~ 뭘 이재용을 걱정해 돈좀 받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