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3년 째 지속되며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 양측의 원만한 분쟁 해결을 요청했다.
정세균 총리는 28일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K-배터리의 미래가 앞으로 정말 크게 열릴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양사가 나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만들었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미국 정치권도 나서서 제발 좀 빨리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며 “양사 최고 책임자와 연락도 해서 낯 부끄럽지 않냐, 국민들 걱정을 이렇게 끼쳐도 되냐고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를 했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소송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며 “경제적인 것 뿐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남이 누군지는 제가 거론하지 않아도 다 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주요 업체를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은 지난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州)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내 기술을 탈취하는 등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이후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리면서 상황은 LG에너지솔루션에 유리한 상황이다.
조기패소 판결 이후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사안을 검토 중인 상태다.
ITC는 두 차례 최종판결을 연기하면서 오는 2월 10일(현지시간) 선고일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ITC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두 차례 최종판결을 연기하자 판결 내용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ITC 통계(1996~2019년)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조기패소 결정이 뒤집어진 경우가 없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ITC가 미국 산업 상황과 맞물려 미국에 진출한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을 염두해 연거푸 최종판결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소송 당사자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 판결 당시부터 현재까지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해왔으나 양측의 합의금 규모 등 입장차가 워낙 커 실행 단계로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