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금융 라이선스 따고도 묵히는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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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금융 라이선스 따고도 묵히는 카드사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1.01.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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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사 중 7개사, 신기술금융 보유하고도 투자에는 ‘머뭇’
지난해 벤처 투자 고작 300억원 전체 1%채 안 돼
카드업 저성장 고착화…벤처 투자 확대로 성장 모색해야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국내 신용카드사의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실적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가 4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카드사의 투자 규모는 전체 1%도 되지 않아 벤처기업에 대한 리스크 회피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한·현대·롯데·우리·KB국민·하나·비씨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신기술금융자산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 213억원에서 43%(9억2000만원) 늘어난 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4조3045억원이다.

현재 전업 카드사 8개사 중 7개사가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카드사별로는 현대카드가 149억원으로 투자가 가장 많았고, 신한카드(58억원), 하나카드(44억원), KB국민카드(32억원), 롯데카드(20억원)순이다. 우리카드의 경우 2020년 1분기 이후 투자실적이 없다. 비씨카드 역시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투자를 집행한 적이 없다. 삼성카드는 금융당국에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신기술금융은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응용해 사업화하는 중소기업자(신기술사업자)에게 투자나 융자를 해주는 라이선스다. 신기술금융회사로부터 발행주식 총수의 10%이상 투자 받은 기업은 벤처기업으로 인정된다.

카드사의 신기술금융 참여로 바이오와 재생에너지, 결제 수단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투자 집행 실적은 저조했다. 금융지주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과 각 사 대표들이 임기 내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데 있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벤처 투자의 성과가 나기까지 중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되지만, 카드사 대표의 임기가 길지 않아 결단이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했다.

신기술금융이 단순 카드사의 비용적 부담만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벤처투자 확대가 요구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카드업계는 수익성과 영업환경은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주요 수익원이었던 카드 가맹점 수수료 비율은 최고 4.5%에서 0.8~1.6%까지 떨어졌다. 2019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결제 부문 세전이익은 2016년 4000억원, 2017년 3000억원 흑자를 냈지만 2018년과 2019년 모두 100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드 결제 매출을 나타내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수익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945억원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글로벌 주요 카드사들은 미래 성장을 위해 새로운 결제 솔루션이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핀테크 기업에 초기부터 후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카드사가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내외 다양한 디지털 사업에 투자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카드사의 경우, 핀테크 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 국내 카드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역량 강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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