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에 멍 들어가는 K금융...투자자들도 이탈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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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에 멍 들어가는 K금융...투자자들도 이탈 시작했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28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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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제한하고 이자도 받지 말라”...銀 “상식 밖 규제”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개입 과도" 주주 항의도 빗발쳐
은행권을 향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경영 개입과 규제 압박이 계속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을 향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경영 개입과 규제 압박이 계속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연초부터 은행권을 멍 들게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전면에서 총대를 메고 나서왔지만, 돌아오는 건 경영간섭과 과도한 고통분담 압박 뿐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처럼 팔을 비트는 사이 투자자들은 은행들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과거 대표적인 배당주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각종 금융지원과 이익공유제 등으로 주주들의 이익마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배당 축소를 공식 권고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 예고된 금융지주 및 은행에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보다 5~7%포인트 낮춘 것으로 배당 권고안이 구두가 아닌 공식적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고안’이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금융사들은 주주 불만과 이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은 전일 금융위원회와 정례회의에서 의결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각 은행들에게 문서로 발송할 예정이다.

올해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을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권고는 6월말까지 적용되며,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으로 배당할 수 있다. 

은행들의 불만은 크다. 그동안 은행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혀왔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들은 지난해 25~27%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우리는 27%로 가장 높았고, KB와 하나는 26%, 신한이 25%였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옥죄기에 주주들이 불만을 토로하며 이탈할 경우 주가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날 주식 장 시작과 동시에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9180원으로 맥을 못추고 있다. 신한지주와 KB금융도 하락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은 50%가 넘는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정수준의 배당을 해야 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 ‘상장 금융회사들에 대한 관치금융을 중단해야 한다’ 등의 국민청원이 올라온 상황이다.

은행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기업과 자영업자 지원에 140조원을 투입했는데, 이젠 이자수익을 받지말아야 한다는 압박에 그동안 벌어들인 이익도 나눠야 한다는 주장마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금융권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는 가장 이익을 본 업종”이라면서 이익공유제 대상으로 은행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익공유제'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기부 등 사회공헌 형태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지원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이익공유제를 적용하는 것은 은행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이익이 기본적으로 주주의 것이기 때문에 강제적인 준조세 형태가 되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이익공유제 말고도 은행권에 대한 압박은 이어져왔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도 은행들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 관련 시중은행들의 대출 및 보증금액은 이달 22일 기준 140조3000억원이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 상환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는 이미 한차례 연장된데 이어 올해 3월 추가 연장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형 뉴딜펀드 등 각종 금융지원이 필요로 할 때에도 은행권은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은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K뉴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약 70조원 규모로 대출·투자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각종 금융지원의 역할을 공감하지만 이익공유제 요구 등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금융주들이 소외받는 것도 이 같은 관치금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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