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폰 전략적 인내 끝났나?…성공가전 DNA 이식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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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 전략적 인내 끝났나?…성공가전 DNA 이식 ‘패착’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1.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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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폰, 글로벌 3위에서 누적적자 5조원
2015년 ‘가전 DNA 이식’ 전략 실패 원인
단말 경쟁력보단 외적 요소에 집중
LG전자 모델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스마트폰 LG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 모델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스마트폰 LG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한때 글로벌 모바일 산업을 주도하던 LG전자의 몰락 원인으로 ‘경영진 전문성 부족’이 꼽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운영을 전면 검토하고 있다. 매각·철수를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운영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 세계 시장에 1000만대 이상 판매된 ‘초콜릿폰’에 이어 샤인폰·프라다폰까지 성공으로 이끌었다. LG전자는 이때 세계 모바일 기업 3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LG전자가 ‘싸이언(CYON)’으로 삼성전자 ‘애니콜(Anycall)’과 함께 국내 피처폰 시장을 양분한 시기도 있었다.

시장에선 LG전자 모바일 사업 몰락의 시작점으로 애플 아이폰 등장을 꼽는다. 모바일 산업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흐름에 늦장 대응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2007년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지만 LG전자는 여전히 피처폰에 집중했다. 2010년 6월이 돼서야 옵티머스Q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산업에 진출했지만 시장 공략에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이 삼성전자·애플·화웨이로 재편된 이후엔 “LG 스마트폰 반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23분기 연속 적자. 누적 손실 금액 5조원. LG전자 모바일 산업의 현주소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진출에 늦어졌지만 반등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변화를 예고한 2015년 혁신에 성공했다면 현재 적자 상황까진 이르지 않았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변화에 성공했다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선도는 힘들었을지라도 적자는 면했을 것”이라며 “경영진의 소통 부재와 전문성 부족으로 마지막 기회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 폭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때부터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경영진에 모바일 전문가를 앉히기보다 가전 사업 출신을 선임했다. 이 때문에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보다 다른 요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반등을 위해 2015년 조준호 사장을 MC사업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조 사장은 LG경영혁신추진본부, LG구조조정본부를 거치며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G4·G5 등을 내놓으며 반등을 노렸지만 적자 행보가 이어졌다. 스마트폰 사업보단 인력조정과 조직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더 힘썼다는 내부 평가도 이어진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가전 사업 모델’을 적용해왔다. 조 사장에 이어 임명된 황정환 부사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개발한 주역으로 꼽힌다. 황 부사장에 뒤이어 임명된 권봉석 사장(현 LG전자 대표이사)도 가전 전문가다. LG전자는 두 임원을 MC사업본부장으로 선임하며 ‘가전 DNA 이식’을 통한 위기 극복을 내놨다.

LG전자는 당시 스마트폰의 성능을 끌어올리기보다 가전과의 시너지를 내는데 집중했다. 인공지능가전 LG 씽큐(ThinQ)와 동일한 브랜드를 최전방에 내걸고 마케팅을 펼쳤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한 점과 대조된다.

현재 MC사업본부를 이끄는 이연모 부사장은 앞선 경영진과 달리 모바일 전문가로 통한다. 그러나 5년 넘게 진행돼 온 ‘가전 DNA 이식’ 전략으로 실추된 시장 이미지를 극복하진 못했다. LG전자는 이 부사장 취임 후 ‘이색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반등을 노렸지만 적자는 이어졌다. LG전자가 가장 최근 선보인 LG윙의 판매량은 10만대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정작 스마트폰 단말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엔 실패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사장)는 최근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며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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