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탓만 아냐"…생산ㆍ투자 위축에 저성장 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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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만 아냐"…생산ㆍ투자 위축에 저성장 고착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26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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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 추세 성장률은 하락 일관...생산성 둔화 심각
정부는 낙관론 주창..."규제 묶인 기업투자 해결돼야"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소비는 1998년(-11.9%) 이후 가장 크게 감소한 -5.0%로 집계됐다. 사진은 겨울비가 내린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소비는 1998년(-11.9%) 이후 가장 크게 감소한 -5.0%로 집계됐다. 사진은 겨울비가 내린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인 가운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 될 거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당 성장률인 추세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까지 낮아진데다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되고 글로벌 불확실성에 기업투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비관론을 부추기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BOK경제연구를 통해 분석한 '한국경제의 추세 성장률 하락과 원인' 연구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추세성장률은 2010년대 초반 이후 2.0%로 나타났다. 이는 1980년대 7.5% 수준에서 1990년대 5.5%, 2000년대 3.7%, 2010년대 2.3% 등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진 결과다.

2010년대 2.3% 성장률은 같은 기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37개 회원 국가들의 평균 성장률 1.4%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위 11번째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1981년에서 2009년 경험했던 5.5%의 성장률을 감안하면 2.3%는 매우 낮아진 수치로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된다는 평가다. 이는 영구적인 성격을 지닌 부정적 충격이 지속적으로 누적돼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추세 성장률 1차 하락기는 1980년대 후반(7.7%)부터 1998년(4.0%)까지인데 이 시기 성장률 하락은 총요소생산성 요인이 둔화되고 평균노동시간이 감소한 영향이다. 이어 2차 하락기는 2001년(4.4%)부터 2010년대 초반(2.0%)까지로 2000년대 초반 IT 붐이 꺼지면서 둔화된 설비투자와 총요소생산성 요인 부진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특히 2012년경까지 이어진 2차 하락기를 마친 후 2010년대 초반 이후 추세 성장률은 2000년대 연평균 추세 성장률(3.6%)보다 1.6%포인트 하락한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요소생산성 요인 둔화로 추세성장률이 약 1.2%포인트 하락하고 투자활동을 통한 생산성인 자본스톡이 둔화하면서 0.4% 포인트 가량 성장률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이남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010년대 총요소생산성 둔화는 활발한 기술 혁신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증가세가 감소하는 현상을 일컫는 '생산성 역설'과 관련되고, 자본스톡 요인 둔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기업의 투자활동 부진과 관련된다"며 "증기기관, 전기, 철도, 컴퓨터 등과 같이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인 일반목적기술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인공지능(AI)과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국경제 반등 낙관론'을 주창하고 있다. 정부의 낙관론만을 믿기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각종 경제지표와 여건들이 너무 부정적이라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부는 26일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0%라는 한국은행의 발표와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평가하며 올해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0%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3.0%), 한국개발연구원(KDI·3.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8%) 등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는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것을 근거로 완만한 수준의 회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조건부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정부의 낙관론을 뒷받침하기엔 경제 펀더멘털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먼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등의 근거로 내세운 제조업 수출 호조는 주요 대기업들 주도로 이뤄졌는데, 정부의 ‘기업규제 3법’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반(反)기업 규제들의 시행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수출 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의 지난해 4차례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에 따른 정부지출 확대로 재정건전성 악화는 심화되고 있다. 가계·기업 부채도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기업·가계부채는 ‘트리플 1000조 원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은 작년 말 988조8000억 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0조5000억 원(11.3%) 늘었다. 부동산·주식에 대한 투자급증에 따른 것이다.

기업대출은 976조4000억 원으로 107조4000억 원 증가했는데, 이는 위기상황에서의 기업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주를 이룬다. 늘어난 부채가 긍정적인 성격이 아니다. 고용도 최악이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1만8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127만6000명 감소) 이후 22년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성장률 반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올해 한국경제 상황은 각종 지표가 말해주듯 낙관론을 펼치기엔 무리가 있다”며 “일부 선진국에 비해 성장률 하락이 덜했지만 코로나19 추가 확산, 가계부채 부실화 및 제조업 전반의 부진 등이 가시화되면 위기에 곧바로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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