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간’ SK와이번스 신세계에 판 SKT, 속내는?
상태바
‘잘 나간’ SK와이번스 신세계에 판 SKT, 속내는?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1.26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T 매각 두고 ‘설왕설래’…그룹 오너 간 의견 조율된 듯
SK와이번스, 마케팅·성적 모두 우수…이마트와 시너지
SKT,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 지원에 집중
SK와이번스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SK와이번스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SK텔레콤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SK와이번스 지분을 100% 보유한 SK텔레콤이 구단 매각에 나선 배경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신세계그룹은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신세계그룹이 인수하는데 합의하고 관련 MOU를 26일 체결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1352억8000만원에 인수한다.

연고지는 인천으로 유지된다. 코치진을 비롯한 선수단과 프론트 역시 100% 고용 승계해 SK와이번스가 쌓아온 인천 야구의 헤리티지를 이어갈 방침이다.

시장에선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 진출에 대해선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인수 대상이 SK와이번스로 결정된 것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의견이 많다. 그간 그룹사 재정악화로 구단 매각이 이뤄져 왔다. SK텔레콤은 구단을 운영하면서 재정악화를 겪지 않았다.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신사업 영역 확장 추세에 있다.

그렇다고 SK와이번스의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SK와이번스는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SK 품으로 들어온 이후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21년간 8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 선수를 비롯해 김원형·박경완·최정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구단이다.

야구단을 통한 마케팅 효과가 작은 것도 아니다. SK텔레콤은 SK와이번스의 이미지를 이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왔다. 5G를 상용화하며 주목받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서비스를 야구 콘텐츠와 연계하며 인기를 끌었다. 5G 특화 서비스로 내놓은 ‘점프 AR’ 앱의 대표적 케릭터가 SK와이번스의 상징인 ‘비룡’이기도 하다. 야구를 즐기는 팬들은 모바일 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열정을 바탕으로 게임,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특성을 지닌 만큼 SK텔레콤의 주력 마케팅 대상과 일치하는 장점도 있다. SK텔레콤은 스포테인먼트를 주도하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면서 통신 상품 마케팅에도 적지 않은 효과를 냈다고 평가받았다.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 진출은 이미 수년전부터 시장에 소문으로 돌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위해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 소비자와 밀접한 유통사가 특정 고객층을 집중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스포츠에 관심을 이미 대내외적으로 표현해왔다. 정 부회장은 하남 스타필드 오픈 당시 유통과 프로스포츠의 융합에 관한 방향성도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재정악화를 겪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뚜렷한 주인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가 신세계그룹의 인수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신세계그룹과 두 구단 사이에서도 인수 논의가 진행됐었으나 의견 일치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텔레콤의 SK와이번스 매각은 그룹 오너의 의견에 따라 진행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번 인수 협의는 양측의 최고위급 인사들 사이에서 논의됐다. 류선규 SK단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 전체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만큼 정 부회장의 제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받아드려 인수가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스포츠 분야의 사회적 가치 제고 차원에서 비인기 스포츠 지원 확대하려는 SK그룹의 방향성과 신세계그룹의 이해관계가 오너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낮은 인수대금을 두고 말 못할 내부 사정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는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 TF’를 발족해 다양한 스포츠의 균형 발전과 국내 스포츠의 글로벌 육성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취재합니다. 이동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콘텐츠 소식을 알기 쉽게 쓰겠습니다.
좌우명 : 당신을 듣다, 진실을 말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