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국 정의당도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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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결국 정의당도 다르지 않았다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1.01.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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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정치권에 권력형 성폭력의 그림자가 또다시 엄습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다. 원내 정당 대표가 성추행으로 사퇴한 것은 김 전 대표가 처음이다. 젠더와 소수자 정당을 표방해온 정의당은 이번 사건으로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은 배복주 부대표 설명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5일 김 전 대표와 장 의원이 당무 상 면담을 갖기 위해 저녁 식사를 한 뒤 발생했다. 식사 후 차량을 기다리던 도중 김 전 대표는 장 의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18일 해당 사실을 배 부대표에게 알렸고, 정의당은 일주일간 양측을 조사해 비공개 대표단 회의에 보고했다. 이후 정의당은 김 전 대표를 직위 해제하고 중앙당기위원회 징계 절차에 넘겼다. 다만 장 의원 의사에 따라 형사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김 전 대표도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공당의 대표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뒤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하고, 자신을 정의당 당기위원회에 스스로 제소함해 엄중한 징계를 받겠다고 밝혔다.

범여권을 포함한 여권 정치인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번이 네 번째다. 시작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였다. 안 전 지사는 지난 2019년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며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현재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다. 이어 같은 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두 지자체장에 대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됐다. 세 정치인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정의당은 이들을 강력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정의당도 다르지 않았다는 뼈저린 진실이 드러났고, 정치권도 권력형 성폭력 이슈에 다시 직면하게 됐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야권은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정의당의 대응에 대해 "민주당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박 전 시장 성추문 당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해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자가 본 정의당은 소수 정당인 만큼 당의 연대가 깊은 정당이다. 그런 당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나온 상황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의 평가대로 정의당의 대응은 확실하고 빨랐으나 성추행은 명백한 범죄다. 정의당은 이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의당이 정의를 회복하고 정치권의 권력형 성폭행의 악순환을 끊을 것인지, 아니면 그저 국민의 눈에 똑같은 정당으로 비춰질 지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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