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급성장한 TSMC 위협, 매출 2위 자리도 위태
‘반도체 비전 2030’ 추진… 파운드리 美공장 증설 가능성도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과 TSMC에 밀렸다.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두고 인텔과 경쟁을 벌였던 삼성이 지난해 대만의 TSMC에게도 따라잡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확대해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부문에서 삼성전자 반도체는 인텔뿐 아니라 TSMC에 밀려 글로벌 3위를 차지했다. 인텔은 지난해 영업이익 26조1800억원을 기록했고, TSMC는 22조3700억원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19조~20조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에서는 삼성전자(73조원)가 인텔(85조원) 다음으로 TSMC(53조원)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인텔은 최근 핵심사업 CPU부문에서 경쟁사 AMD로부터 추격을 받는 등의 위기를 겪었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글로벌 1위를 차지해 저력을 과시했다. 인텔은 최근 자사 엔지니어 출신 팻 길싱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TSMC은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5%를 넘기며 경쟁사와 비교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TSMC는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가 범용에서 맞춤형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파운드리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2018년 삼성전자의 3분의 1에 그쳤던 TSMC는 3년 만인 지난해 삼성을 제칠 수 있었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력 무대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지만은 못하다. 기본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제품 가격 요소가 결정한다. 문제는 시장 수요가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 공급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데이터 서버 등 새로운 수요가 받쳐주기는 하지만 전체 수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부문이 줄어들어 반도체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향세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양대 축인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단일 분야인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에게 영업이익이 밀렸다는 점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사업 확대를 위해 대대적 투자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며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파운드리, 이미지센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미지센서, AP 신제품을 연이어 공개하며 시스템 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5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이 적용된 프리미엄 모바일AP 엑시노스2100를 공개했다. 이전 모델보다 CPU, GPU 성능이 각각 30%, 40% 이상 향상됐다. 또한 1억800만화소 프리미엄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M3'도 발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증설 가능성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투자와 관련해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인텔, TSMC 등 기존의 시스템 반도체 강자들과 어려운 싸움을 해나가고 있다”며 “확고한 비전 아래 장기간 투자를 이어가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