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간 대북 인식 눈높이부터 맞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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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미간 대북 인식 눈높이부터 맞추자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1.01.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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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23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로 처음 소통한 데 이어 24일 서욱 국방장관도 로이드 오스틴 미국 신임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가지는 등 한미 안보라인 간 소통이 시작됐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한미 공동의 목표 의식을 공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북 문제에 있어 한국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이 한미 공조에서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주변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며 ‘새로운 전략’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북한을 억제하는 데 있어 중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며 “미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상 간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닌 비핵화 실무협상을 우선순위에 둔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대북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며 “큰 원칙에 대해 이미 북미 간의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 공동선언으로 이미 합의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남북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해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증강하거나 여러 무기체계를 더하겠다는 것도 결국은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회담이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얼마나 순진한지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모든 가용 정보와 반대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니 나로서는 몹시 놀랍다” 등 현실인식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워싱턴 대표적인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은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놓고 약간의 긴장이 있을 것”이라며 “그 사이 김정은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한반도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실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눈에 보이는 상대, 북한이 아니다. 신임 정부가 출현하고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안에 가장 무서운 적은 눈에 보이지 않은 적인 내부분열이다. 한미가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한 만큼, 북한을 향해 한미가 인식을 재확인만 할 것이 아니라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적 달성에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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