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옥죄기에 풍선효과…생보사 대출액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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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옥죄기에 풍선효과…생보사 대출액 사상 최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24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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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 빅3 작년 주담대 신규발생액 전년比 55.9% 급증
약관대출도 5.7% 증가...보험사 금리 인하에 대출 쏠림 
은행들의 대출 옥죄기가 지속되자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보험사를 통한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의 대출 옥죄기가 지속되자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보험사를 통한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시중은행이 대출을 조이자 보험사 대출이 불어나고 있다. 풍선효과다. 시중은행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 금리에, 대출 문턱도 보다 낮은 보험사로 고객의 발길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는 작년 말처럼 대출 한파가 지속될 경우 보험사의 대출 잔액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이미 보험업계의 신용대출 잔액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은행 규제로 인한 대출 쏠림은 더 커질 전망이다.  

2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신규 발생액은 10조9738억원으로 전년 7조380억원에 비해 55.9% 늘었다.

일부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은행권과 비슷한 2% 중후반까지 인하되며 보험사의 주담대 이용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생명보험협회의 대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 각사의 분할상환방식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최저금리(고정·변동)는 2.63∼3.03%에 분포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업계의 아파트 담보 대출 상품 최저금리는(고정·변동) 2.5∼2.8%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까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신용대출 자금은 총 30조576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도 말(29조3000억원)을 뛰어넘은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7.1%(2조원)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보험회사 전체 대출채권 잔액은 한 분기 사이에 4조9000억원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이 같은 기간 대비 1조5000억원 증가했고 기업대출은 3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대출 수요가 몰리자 보험업계는 최근 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의 조치를 통해 고객 모집에 바빠진 모습이다. 12월 말에 교보·푸르덴셜·처브라이프생명, 오렌지라이프, IBK연금보험 등 5개 생보사가 약관대출 금리확정형 평균 가산금리를 낮췄고 이달 들어서는 KDB·흥국·DGB생명이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를 인하했다. KDB생명 등 3개 보험사의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는 모두 2% 중반대에서 1%대 후반대로 떨어졌다.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보통 5~8%대로 일반 은행의 대출 이자보다 높지만 은행처럼 대출 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급전이 필요한 보험가입자들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험 해지환급금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선 떼일 걱정이 없는 대출로 여겨지고, 고객도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 대출로 여겨 대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상품이다. 

보험업계는 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올해 초에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중은행의 대출 수요가 여전히 큰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가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규제 전에 미리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내놓고 있어 대출 고객이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은행권이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은 최대 1억5000만원까지 가능한 ‘우량직장인 신용대출’을 판매 중이고, 또 보험계약 없어도 받을 수 있는 ‘일반직장인 신용대출(최대 5000만원)’을 운용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은 금리도 높고 보험계약자들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은행 대출과 달리 생계형 대출이 많을 것”이라며 “보험사 대출이 늘어난 원인에 풍선효과도 있겠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약관대출 규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보험약관대출액은 지난해 19조6087억원으로 전년 18조5552억원보다 5.7% 증가했다.

보험약관대출은 고객이 보험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보험은 유지한 채 해지환급금의 50~95% 내에서 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보험업계로 대출 쏠림 현상이 보였다"며 "올해엔 특히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하돼 건전성과 부실화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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