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엑시노스 GPU ‘ARM→AMD’ 변경…파운드리 확대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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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엑시노스 GPU ‘ARM→AMD’ 변경…파운드리 확대 ‘포석’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1.2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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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엑시노스부터 AMD GPU 탑재…ARM서 거래처 변경
스냅드래곤 성능에 못 미치는 엑시노스…기능 향상 목적
TSMC 공급량 부족…AMD 물량 확보 위한 ‘열쇠’로 GPU 도입 논의
삼성전자 갤럭시S21 시리즈에 탑재된 모바일AP ‘엑시노스2100’ 제품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S21 시리즈에 탑재된 모바일AP ‘엑시노스2100’ 제품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 AMD와 협력을 강화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장에 나섰다.

2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21 시리즈에 탑재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100’를 공개하며 차기 플래그십 모델엔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엑시노스2100 GPU는 영국 팹리스 업체 ARM의 ‘말리-G78’가 적용됐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은 ‘엑시노스2100’ 온라인 공개행사에서 “다음 플래그십 제품에는 AMD의 차세대 GPU를 탑재해 사용자와 팬들에게 지속해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엑시노스 GPU에 ARM의 말리를 채택해왔다. 그러나 차기 제품부턴 AMD로 거래처를 변경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AMD GPU가 탑재된 차기 엑시노스는 내년에 출시될 갤럭시S22 시리즈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거래처 변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 이유론 ARM의 GPU ‘말리’가 경쟁 제품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엑시노스와 AP칩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는 퀄컴의 스냅드레곤은 ‘아드레노’라는 자체설계 GPU가 탑재돼 있다. ‘말리’가 ‘아드레노’보다 성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AMD와의 협력으로 이를 돌파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AP는 중앙처리장치(CPU)·GPU·메모리·통신모뎀·이미지센서 등을 모두 담고 있는 통합칩(SoC)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AP의 성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엑시노스는 그간 스냅드래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엑시노스2100의 경우 자체 CPU 개발 기조에서 벗어나 퀄컴이 최신 AP ‘스냅드래곤 888’과 같은 ARM 레퍼런스 코어를 설계에 적용해 격차를 줄였으나, GPU 성능은 다소 부족하단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9년부터 AMD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초저전력·고성능 GPU 제조에 협력해왔다. AMD가 설계자산(IP) RDNA(라데온 DNA) 아키텍처를 통해 모바일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면 삼성전자가 그에 맞는 라이선스 비용과 로열티를 지불한다.

엑시노스의 성능향상 외에도 파운드리 사업 확대가 GPU 거래처 변경에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AMD의 GPU를 스마트폰에 차용하고, AMD는 삼성전자에 차기 제품의 생산을 맡긴다는 거래가 물밑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퀄컴의 파운드리 물량을 확대할 시점에 스냅드래곤을 갤럭시 모델에 차용한 바 있다. 국내 제품에는 엑시노스를, 해외 제품에는 스냅드래곤을 적용하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당시에도 파운드리 수주와 AP 차용이 거래 조건으로 논의됐다는 시장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AMD와도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됐다는 견해다.

AMD는 경쟁사 인텔이 10㎚ 이하의 반도체 초미세공정 생산 벽에 부딪힌 때에 맞춰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손잡고 7㎚ CPU를 지난 2018년에 상용화한 바 있다. 차기 제품에서 5㎚ 수준의 미세공정이 필요한 만큼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5㎚ 파운드리 공정을 갖춘 곳은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TSMC에 파운드리 점유율이 뒤처지는 삼성전자가 AMD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열쇠’로 모바일 AP 도입이 떠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에 현재 7㎚ 이하 주문이 밀려 많은 기업이 공급 부족현상을 겪고 있어 삼성전자 파운드리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며 “AMD는 TSMC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데 생산이 늦어지는 물량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것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모바일 GPU 도입이 검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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