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 규제] ‘골목상권 효과’는 글쎄…‘고용 한파’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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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 규제] ‘골목상권 효과’는 글쎄…‘고용 한파’만 계속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1.01.24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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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 후 전통시장 매출 효과 28% 그쳐
오히려 입점 소상공인 88%의 매출 10~30% 감소
복합쇼핑몰, ‘유희’가 위주로 ‘규제 정당성’ 떨어져
입점 소상공인 60~70%…주변 상권 살리는 효과도
지난해 실업자 111만명…외환위기 후 22년만 최악
유통 규제 강화 시 청년 일자리 감소까지 커질 전망
대형마트로 국한된 영업시간 제한 규제 대상을 백화점‧복합쇼핑몰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법 개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복합쇼핑몰은 격주 일요일마다 문을 닫아야만 한다. 사진은 주말 영등포 타임스퀘어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로 국한된 영업시간 제한 규제 대상을 백화점‧복합쇼핑몰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복합쇼핑몰은 격주 일요일마다 문을 닫아야만 한다. 사진은 주말 영등포 타임스퀘어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유통규제 강화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물론, 국민 절반 이상이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형마트를 넘어 복합쇼핑몰을 한 달에 두 번 문 닫게 하고 이커머스 채널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은 ‘시대착오적 법안’으로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피해만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발의된 법안이었지만 그동안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에 따른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대형마트가 휴점하면 인접 상권의 매출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한상의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일 규제가 시행된 2012년과 지난해 소매업 매출액 변화를 보면 전체 매출액은 43% 증가했지만 전통시장을 포함한 전문소매점 매출액은 28% 증가하는데 그쳤다. 편의점(135.7%)의 매출 증가율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대형마트는 매출액 14% 감소하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애꿎은 소상공인 피해로 이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서울·경기 지역 대형마트 내 150개 임대매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8%가 1~2명이서 운영하는 점포(음식점·빵집·미장원·세차장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86.6%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매출이 평균 1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 감소하는 경우도 23.3%로 많았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매출은 150개 임대매장 모두 매출이 평균 37.3%나 줄었다.

또 대형마트가 폐점한 후 반경 0~1㎞에 있던 상가의 매출은 4.82%, 반경 1~2㎞에 있던 상가의 매출은 2.86%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형마트 1개점 폐점 시 0~3㎞ 범위의 주변 상권에서 285억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복합쇼핑몰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고 쇼핑몰 내 중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할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복합쇼핑몰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아쿠아리움·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와 식음료 매장 등 소비자 체험 중심 공간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서울의 한 복합쇼핑몰의 경우 쇼핑 공간 비중은 30%에 불과하지만 체험·여가·오락·F&B(식음료) 매장 비중은 70%에 달한다. 따라서 규제의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식료품을 주로 팔기에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으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복합쇼핑몰은 ‘식료품 유통’보다는 ‘유희’가 더 주된 곳인데 복합쇼핑몰 문이 닫는다고 유희시설을 이용하려고 찾은 이들이 전통시장을 찾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통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보다 개인사업자인 중소상공인이 임대료를 내면서 영업을 하는 매장이 60~70%에 달한다. 복합쇼핑몰 입주 점포들은 평일 대비 2배가량 높은 매출이 나오는 주말 강제로 문을 닫으면 피해가 막심하다는 설명이다. 주말 매출이 평일의 4~5배에 달하는 도심 외곽 쇼핑몰일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

이커머스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이커머스에 입점한 상인의 90% 이상이 소상공인이며, 최근 오프라인→온라인 소비 트렌드에 따라 이커머스에 입점하려는 소상공인이 더 느는 추세다. 플랫폼 규제는 결국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에 대한 규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합쇼핑몰이 오히려 주변 맛집 등 상권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주차 시설 구비가 잘 돼있어서 주차만 하고 주변 상권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유통학회의 ‘복합쇼핑몰이 주변 점포 및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카드 데이터를 토대로 스타필드시티 위례 주변 상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출점 1년 만에 반경 5㎞ 내 상권 매출이 6.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불편해진다는 점이다. 최근 전경련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58.3%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거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휴일에 집 근처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8.3%에 불과했다. 또 소비자 59.5%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을 방문할 때 입점 점포와 주변상가를 동시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규제는 ‘고용 한파’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생계를 책임지는 30~50대는 물론 청년들의 일자리까지 대거 잃었다. 지난해 사라진 일자리만 22만개, 실업자는 111만명으로 2000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악이었다. 코로나19 영향과 함께 ‘규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유통학회가 발표한 ‘정부의 유통규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1곳의 평균 매출이 500억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폐점 시 해당 점포 직원 945명, 인근 점포 직원 429명 등 총 137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45명의 실직자에는 마트에 직접 고용된 680여명과 납품업체 등의 간접고용 인원 250명이 포함된다.

2017년 이후 최근 4년간 마트 폐점은 가속화됐다. 2017년 4곳, 2018년 6곳, 2019년 5곳이 문을 닫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지난해에는 20곳 가까이 폐점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에만 2만6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1500~5000명까지 일자리 창출을 일으키는 복합쇼핑몰과 청년들이 새벽배송·로켓배송 등 배달 아르바이트로 많이 찾는 이커머스까지 규제를 강화하면 일자리 감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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