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팔 비틀기"… 관치금융에 멍드는 금융권
상태바
"도 넘은 팔 비틀기"… 관치금융에 멍드는 금융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20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發 부실폭탄 떠 안은 금융권 "위험관리 불가 수준"
배당 금지 이어 이익공유제 압박..."반시장적 발상" 성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의원은 금융권의 이익공유제 동참을 주문하며 은행 이자를 제한하자는 방안을 거론해 논란을 키웠다. 사진=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의원은 금융권의 이익공유제 동참을 주문하며 은행 이자를 제한하자는 방안을 거론해 논란을 키웠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연초부터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금융권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 대출 만기상환과 이자유예 조치를 재연장할 거라고 천명했고, 정치권에선 이익공유제 동참 압박까지 더해졌다.

금융권 일각에선 '우산 씌우기'만 강요하는 정부의 팔 비틀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말 종료 예정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상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프로그램'을 재연장할 거라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은행들은 금융 당국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부실폭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개최한 금융위원회 업무계획 온라인 사전브리핑에서 "전 금융권의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금융규제 유연화 등의 조치는 연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시행해왔다. 원래는 지난해 9월 말까지 6개월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6개월이 추가로 연장됐다.

금융위는 코로나19 3차 유행 등을 고려해 다시 한번 조치가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주 소상공인들에게 제공된 재난지원금의 경우, 시작한 지 하루 이틀 만에 대부분이 지원금을 찾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한계에 있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대출을 바로 갚으라고 하는 것이 맞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상환 유예 추가 연장이 금융권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 기업과 소상공인의 수가 적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지금까지 전체 만기연장 신청 건수가 40만건 정도인데, 이 중 이자상환까지 미룬 건 약 1만3000건뿐"이라며 "보고 깜짝 놀랄 정도"라고 평가했다.

반면 정작 돈을 빌려준 은행권은 "당국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환 기한을 계속 늘려주다 보면 결국 이자 부담이 훨씬 커져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 상황이 극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한 갚아야 할 이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9월에 또다시 코로나 상황이 나빠져 연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재차 연장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계속 돈을 못 갚는 부실기업은 솎아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을 향한 압박은 대출 상환 연장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코로나19 이익공유제’ 대상으로 금융권을 거론하면서 시중은행 등 금융사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 대출 증가로 이자 수익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코로나19를 이용해 이익을 올린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향후 부실을 대비해야하는 상황에서 이자 수익을 포기하고 그간 쌓았던 이자를 나눠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에 은행들은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19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은행을 향해 코로나19 이익공유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홍 의장은 “임대료만 줄이고, 사회적 거리를 둘 뿐만 아니라 은행권 이자 수취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임대·임차인들이 지고 있는 은행 부채를 언급했다. 다른 경제활동이 멈춰 있는 상황에서 꼬박꼬박 이자를 내야한다는 점에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크다는 논리다.

이 같은 주장에 은행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초 이익공유제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매출이 늘거나 주가가 오른 언택트 기업을 대상으로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마치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이자 수익을 올린다는 인식마저 깔리게 했다는 점임 더 당혹스러운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어려운 이유가 단지 은행들이 이자를 갈취한 이유인가”라면서 “어려울 때 소상공인들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긴급대출로 도왔던 은행을 공적으로 모는 건 씁쓸한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 대출 연장에 대한 부분은 이해하지만 이자까지 받지 말라는 것은 과도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긴급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권의 역할이 존재하지만 은행들이 감당해야하는 리스크는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부실을 우려해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주문하더니 이제는 여유가 있어 더 내놓으라고 하는건 은행들의 부실 리스크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