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재판부 삼성 준법위 실효성 지적 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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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서] 재판부 삼성 준법위 실효성 지적 과했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1.01.19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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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재판부의 준법위 판단 논란
그룹 컨트롤타워 없는 삼성에 컨트롤타워 감시 지적
새로운 유형 관리는 시스템의 실질적 운영 경험이 중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부재는 삼성의 장기적인 전략 행보와 대규모 투자를 멈춰 세우거나 어렵게 할 것.”(블룸버그통신)

“삼성전자가 경쟁자들을 추월하려고 분투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물러나 있게 됐다.”(로이터통신)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인한 삼성 경영 공백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이끄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19일 재계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은 대목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가 제시한 근거가 삼성과 기업경영의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준법감시위 실효성에 대한 판단은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와 실형을 가르는 분기점이었다.

재판부는 전날 선고 공판에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에 대한 준법감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던 점을 준법감시위 실효성 부족의 근거로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삼성은 그룹이라는 조직이 없다. 당연히 그룹과 관련된 어떠한 컨트롤타워도 없다.

과거 삼성은 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조직들이 있었다. 2005년까지는 구조조정본부가 있었고, 2006~2008년 전략기획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미전실을 없애면서 그룹 컨트롤타워는 사라졌다. 실제로 이 부회장 직함은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삼성그룹 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이다.

검찰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 사업지원 테스크포스(TF)가 미전실을 승계한 그룹 컨트롤타워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삼성 전자 계열사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사실과 전혀 다르다.

미전실로 오해받는 이 TF는 이름 그대로 한시적인 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계열사 간 업무 조율을 위해 만든 일시적 팀이다. 그렇다보니 어떤 권력과 권한이 없다. 실제 삼성 계열사 직원들도 이 TF를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삼성 직원들은 계열사 간 업무가 중첩될 때 과거 미전실처럼 교통정리를 해줄 수 조직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호소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있지도 않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에 대한 준법감시 구체적 방안이 빠졌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준법감시위 실효성 부족을 지적했으니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준법감시위 실효성이 부정당한 또 다른 이유인 ‘새로운 유형 위험’ 관련 내용도 문제다. 재판부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예방 및 감시 활동에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업경영은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흔히들 ‘불확실성’, ‘리스크’라고 말한다. 어느 누구도 기업경영의 앞날을 예측할 수는 없다. 아직 발생하지 않아 겪어보지 못한 위험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비판할 수는 없는 이유다. 오히려 이러한 유형 정리는 탁상공론식의 보여주기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준법 시스템을 운영해 나가면서 누적되는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실질적 방안일 수 있다. 또한 준법감시위의 운영과 역할은 위원들의 몫이다.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는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고 재판부가 커다란 오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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