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 文대통령 "국민 공감대 없는 사면은 오히려 국민통합 해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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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자회견] 文대통령 "국민 공감대 없는 사면은 오히려 국민통합 해칠 것"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1.01.18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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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 사면 제기 이낙연 "대통령 뜻 존중"
與선 "논란 중단" 野선 "국민 공감대에 미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18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18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제안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국민 공감대 없는 사면은 오히려 국민통합을 해칠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연초 정치권에서 불거진 사면 논란을 사면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진화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는 말만 하고는 호남 광주를 찾았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문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사면 논란 중단"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야당은 사면 결단을 국민에게 미룬다며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 "지금은 사면 말할 때 아니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네 번째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냥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 두 전임 대통령이 수감된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다.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도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엄청난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폐해가 막심했고 국민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며 "그런데 선고가 끝나자마자 사면을 말하는 건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도 많이 있고 그 분들 가운데는 지금 상황에 대해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며 "그런 국민들의 아픔까지도 다 아우르는 사면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적절한 시기 더 깊은 고민"

그럼 언제 사면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 더 깊은 고민을 해야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사면을 둘러싸고 또다시 극심한 분열이 있다면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명숙 전 총리와 두 전직 대통령 동시사면 방안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는 정치인 사면에 대해서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금으로서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며 "국민들의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그런 대통령의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지금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이 시대적인 요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 이낙연 "대통령 뜻 존중" 한마디만

이날 문 대통령의 사면론 일축으로 가장 난처해진 사람은 이를 띄웠던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의 사면론에 관한 답변 도중에는 별다른 언급없이 고개만 끄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사면 관련 발언에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만 했다.

사면에 반대했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민주당 5선 중진의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면과 관련해 더 이상의 논란은 소모적 정쟁만 증폭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그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다행"이라며 "더 이상 사면 관련 논란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입장은 옳고 상식"이라며 "국민들의 일반 상식의 눈높이에 맞는 말씀을 하셨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형두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신년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소통 의지 뿐 아니라 통합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그런데도 전직 대통령 사면은 국민 공감대에 미뤘다"며 "사면의 권한과 책임은 국민이나 야당, 구속 중인 전직 대통령들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국민통합의 최고책임자, 바로 대통령의 결단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함의 통자는 통솔보다 통합의 통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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