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올해 상반기까지 1060~1070원 가능성” 정부 지원 필요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원·달러 환율 하락에 중소기업 수출 길에 제동이 걸렸다. 엎친 데 덮진 격으로 코로나19 여파에 내수 시장마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여 경영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수출물가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수출 기업의 상품 가격이 함께 떨어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는 92.19(2015=100)로 전월대비 0.1% 감소했다. 지수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5.4% 하락해 19개월째 하락세를 보인다.
수출물가 하락 원인은 코로나19 확산에 세계 경제와 무역이 위기에 직면했고, 원화 강세 속 반도체 등 주력 상품의 수출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기준 1095.1원으로 전월 대비 1.9% 하락했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기준 수출물가는 전월대비 1.6% 상승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반도체 가격(계약통화 기준)은 전월과 전년 대비 각각 0.4%, 4.0% 내렸다. 이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가 1.3% 하락했고, 기계 및 장비 및 운송장비도 각 1.3% 떨어졌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경유(13.8%), 휘발유(12.9%) 등 석탄 및 석유제품은 10.9% 올랐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경영에서 수지‧손익을 따져 이익이 나는 정도)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원부자재 가격은 오르고, 내수 회복이 힘든 상황이 연속돼 악재를 거듭하는 중이다.
자동차 정밀 기계용 주물을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고, 환율 하락에 순이익이 증발하는 등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응도 어렵고 자금사정은 바닥을 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진단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든은 경제 분야에서 중산층 복원과 불균형 해소를 강조하는데, 작년 말 통과됐던 9000억 달러 규모 5차 부양책 이외에 코로나19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추가 부양책이 상반기 안에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강화와 동반된 경기 회복세는 강 달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약 달러 압력 가속화와 재화 수요와 연동된 수출 증가, 위안화 강세와 동조화돼 기존 예상보다 빠른 하락세가 전개될 것”이라며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평균 1070원에서 10원 내린 1060원으로 조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