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 깎아 버틴 카드업계, 발목 잡는 정책에 빅테크 위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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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 깎아 버틴 카드업계, 발목 잡는 정책에 빅테크 위협까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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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수수료 추가인하 가능성..."수익악화 불 보듯" 초긴장
네이버·토스 등 빅테크 카드업 진출…무한경쟁 시대 '생존위기'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카드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년마다 돌아오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산정 논의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최고금리 인하, 빅테크의 공세 등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이다. 올해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을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분기 중으로 카드 수수료를 재산정한다. 이에 여신금융협회는 '원가분석 및 적격비용 산출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3월 말 시작될 예정이다.

원가분석 및 적격비용 산출은 신용판매에 있어 카드사의 자금조달과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파악하는 작업으로, 해당 원가에 맞춰 가맹점이 부담해야 할 카드 수수료율 수준을 재조정하게 된다. 2012년 여전법 개정에 따라 당국과 카드업계는 3년마다 수수료 원가를 재산정하고 있는데 이번 논의 결과에 따라 카드 가맹점은 2022년부터 새로운 수수료율 적용을 받게 된다.

카드업계는 이번 수수료율을 동결하거나 인하폭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카드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 이후 총 12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되면서 수익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여러차례 인하된 결과 4.5% 수준이던 일반가맹점(연 매출 30억 이상) 수수료율은 현재 절반 가량인 2% 안팎으로 책정돼 있다. 연 매출 30억 이하인 영세·중소가맹점도 매출규모에 따라 0.8~1.6%(신용카드 기준)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 

수수료 인하 이후 카드사들은 계속되는 역마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발표한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카드결제를 통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945억원 감소했다. 또한 카드사들이 수익악화에 직면하면서 알짜카드도 줄줄이 단종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인하가 예견되는 상황이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1만원 이하 소액카드 결제 수수료를 면제하고, 전통시장은 매출액과 관계없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가 추가로 이뤄지면, 수익악화는 불가피하다"며 "이미 내릴대로 내린 수수료를 더 내린다면 실적악화는 심해지고, 결국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 속에서도 실적 선방을 보여줬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법정최고금리 인하라는 새로운 악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2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된 시행령은 올해 3월 중 공포되고, 3개월간의 유예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7월부터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4%p 낮아진다. 

지난해 카드사에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줬던 항목 중 하나가 카드론이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고 소비자 침체됨에 따라 관련 마케팅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면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 집중해 높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드사 조달비용 및 수익률 현황’에 따르면 7개 전업 신용카드사는 작년 상반기 차입금 조달비용(차입금 이자+사채 이자)으로 9572억원을 사용했다. 이를 통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2조5562억원. 조달 비용 대비 수익률은 167%에 달했다. 그런데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카드사가 벌어들일 수 있는 이자 수입이 그만큼 줄게 된다. 

더구나 연 20%를 넘는 대출에 대한 소급 적용도 논의되면서 카드사는 수익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를 긴장하게 만드는 또 하나는 빅테크의 소액후불결제시장 진출이다. 카드사의 전유물이었던 지급결제시장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IT 기술을 앞세운 빅테크가 간편결제를 무기로 진출한 데 이어 일정 금액 한도로 카드에 충전된 금액이 없어도 결제할 수 있는 일종의 ‘외상’ 방식의 후불결제시장에 진출이 가능해졌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소액후불결제 도입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기 위한 신청서를 이달 중 금융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소액후불결제 서비스는 월 30만원 한도로 ‘외상’ 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소액이기는 하지만, 향후 페이업체들이 예금‧대출 업무만 빼고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 열린 상황에서 업계는 이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통신사 후불결제 한도가 30만원이었는데, 지난해 100만원까지 확대됐다. 

또한 금융위는 지난 3일 ‘신용카드업 겸업 허가 요건’을 완화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행법 시행령은 은행의 신용카드업 겸업을 위해서는 ‘대주주의 자기자본이 출자금액의 4배 이상’이어야 한다. 
이 조건을 ‘대주주 요건을 합리적으로 완화 적용’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인터넷은행 출범과 함께 신용카드업 진출을 고민 중이던 ‘토스뱅크’가 신용카드업에 진출해 직접 신용카드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배종균 여신금융협회 카드본부장은 “페이업체가 종합결제라이센스를 취득해 페이통장을 만들 수 있다면 급여이체가 가능해질 것인데, 이체된 급여에서 선불충전을 하고, 사용된 금액에 대해 2~3% 리워드를 주겠다고 하면 혹하지 않겠나”라며 “이것이 굉장히 고객을 유치하는 데 큰 마케팅 수단이 된다. 그런 것을 갖고 있는 플랫폼 없체와 그렇지 않은 카드사와는 경쟁에서 굉장히 차이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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