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경영위기] 중소·중견기업, 코로나19에 3대 정책리스크까지 겹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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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경영위기] 중소·중견기업, 코로나19에 3대 정책리스크까지 겹악재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1.01.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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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외감법‧주52시간제 등에 경영 위기 사태 직면
정책 대응 비용 발생해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까지 무산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계가 상법 및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중대재해법까지 정책리스크에 발목을 잡혀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중소·중견기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비롯한 여러 정책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온 비대면 경제에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어려운 중소제조업체들의 경우 정책 악재까지 겹치며, 침체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마저 사라지는 상황이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하며,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산재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및 벌금 부과(1년 이상 및 10억원 이하), 법인에 대한 벌금 부과(5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작업중지‧영업중단),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5배 이내) 등 4중 처벌이 적용된다. 

해당 법안은 경영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실제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뿐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기업 규모를 불문한 경제단체들이 잇달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시행 중인 법안만으로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는 가운데, 산재를 경영자의 과실로 전가되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실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상으로도 국내 사업주의 책임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조항은 1222개에 달한다. 

중소기업계는 국내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의 처벌은 다른 국가도 넘는 규제라고 설명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6개월 이하 징역형인 미국, 일본의 현행법보다 형량이 높다”며 “중대재해법의 모태인 영국 법인과실치사법에는 사업주 처벌이 아닌 법인 벌금형으로 시행되는 반면, 국내의 법안은 중소기업계에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의 99%는 대기업과 달리 오너가 대표이기 때문에 현장 과실로 범법자가 될 위기”라고 덧붙였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국회의 여야 대표를 찾아 최소한의 항목에서라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경영계가 제시한 완화책은 △사업주 징역 하한→상한변경 △반복 사망시만 법 적용 △의무 구체적 명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해 중소기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산안법 양형기준까지 강화됨에 따라 중소기업계 회복을 저해할 요인으로 꼽힌다. 대법원에 따르면 양형위는 지난 11일 산안법 위반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에 대한 기본 양형은 기존 6개월~1년 6개월에서 징역 1년~2년 6개월로 강화됐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와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최대 징역 10년 6개월 선고가 가능하다. 공탁에 따른 감형 기준은 삭제됐다. 

상장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법뿐 아니라 오는 3월부터 시작될 주주총회도 뇌관이다. 지난해 말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통과돼 외부감사인 선임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법 제정안의 통과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주주들의 이익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적대세력에게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상법과 외감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적대적 의사를 가진 주주들의 외부감사인을 선임에 힘을 실어준 뒤 기업기밀을 빼돌려 단기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우려가 커진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적은 중소상장사들은 ‘기업사냥꾼’들의 타깃으로 설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해 말로 종업원 수 50~299명 기업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 처벌 유예기간이 종료된 점도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힌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조사를 두고 현장과 정부의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다. 고용부의 전수조사 결과 50~299인 기업 91.1%가 ‘주52시간 근무제를 지킬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중기중앙회의 조사에서는 39%가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기중앙회의 조사는 주52시간 근무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제조업들의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충청도의 한 중소기업 임원은 “주52시간 근무제와 외감법의 시행에 중대재해법까지 통과되면서, 경영여건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실정”이라며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현재 통과된 법안의 피해를 감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가적인 인력 확보 등 부수적인 비용이 늘어나면서, 기업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공장 자동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은 모두 무산됐다”고 호소했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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