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에 작년 가계대출 100조 늘었다...사상최대 증가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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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빚투에 작년 가계대출 100조 늘었다...사상최대 증가폭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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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들썩이는 집값에 집집마다 은행빚만 쌓여
12월 주담대 통계작성 이후 최대 증가...당국은 규제 '딜레마'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이 100조원이나 불어나며 사상 최대 증가폭을 보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추가 규제를 두고 고심에 빠져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이 100조원이나 불어나며 사상 최대 증가폭을 보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추가 규제를 두고 고심에 빠져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빚을 내 주식이나 집을 사려는 수요가 폭증하며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이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부진 속에 전국적인 집값 급등과 전세난이 겹치면서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이 전년에 비해 100조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은행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다시 대출수요가 급증하자, 옥죄기에 나설 것을 검토중이지만, 자영업자 등의 생계자금을 끊어 버리는 역효과를 걱정하며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14일 한국은행은 '2020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하고, 지난해 연중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100조5000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 988조8000억원으로 지난 11월에 비해 6조6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을 아우른 전(全)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8조5000억원 늘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지난해) 주택매매거래가 많이 늘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 공모주 청약, 주식 매수를 위한 자금 수요가 유발되면서 가계대출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8조3000억원이었고, 기타대출은 32조4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 규모는 지난 2015년 70조3000억원 이후 최대 폭으로 늘었다. 기타대출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기타대출은 일반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집을 구매할 때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메우거나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증가폭을 보면,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가면서 전월대비 증가규모가 큰 폭 축소됐다. 12월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늘어 직전달(13조7000억원) 대비 증가 규모가 줄었다. 

다만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721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3000억원 증가했다. 매년 12월 기준으로는 지난 2004년 속보 작성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전국적인 집값 급등에 전세난이 겹치자 비수기인 12월마저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은행의 주담대 증가액은 2019년 12월 5조6000억원이었다가 지난해 1월 4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어 지난해 2월 7조8000억원→3월 6조3000억원→4월 4조9000억원→5월 3조9000억원으로 둔화 추세를 보이다가 6월 5조1000억원→7월 4조원→8월 6조1000억원→9월 6조7000억원→10월 6조8000억원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이어 11월 6조2000억원, 12월 6조3000억원으로 증가폭이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집단대출 취급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국 주택 매매 및 전세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월에 이어 상당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연초 빗장이 풀린 신용대출 시장이 다시 폭증세를 보이자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당국도 규제 조치를 고심 중이다.

하지만 규제를 강화하면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처한 가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는 만큼 금융당국이 '진퇴양난'에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을 불러모아 대출 총량관리에 신경써줄 것을 재차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사실상 은행권에 '대출 자제'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전한 분위기를 보면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자제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은행들에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구두 개입' 이상의 규제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취약계층들이 사용하는 마지막 카드가 신용대출인데, 이를 짓누르는 조치를 취했다가 취약계층의 금융위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신용대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불필요한 대출은 줄이는 방향으로 가되 코로나19로 인한 가계 수요는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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