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사장단에 “생존 목적인 회사,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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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사장단에 “생존 목적인 회사, 미래 없다”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1.01.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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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VCM서 ‘각사 존재 의의와 미래 관점 비전 확립’ 강조
조직문화 혁신 위해 CEO부터 바뀌어야…강력한 실행력 주문
13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13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성장이 아닌 생존 자체가 목적인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 '나이키'와 같이 각 회사에 맞는 명확한 미래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다면 위기 속에서도 혁신적 성장이 가능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첫 사장단 회의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이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안정기 대응을 위한 변화를 주문했다.

14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는 전날 상반기 롯데 VCM을 진행했다. VCM은 롯데그룹 전 계열사가 모여 그룹의 중장기 목표 및 전략을 공유하는 회의로, 매년 상·하반기 열린다. ‘재도약을 위한 준비’란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계열사 대표이사와 4개 사업부문장(BU장)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비대면 화상 방식으로 오후 2시부터 4시간가량 진행됐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는 재도약 방안에 대한 논의가 다각도에서 깊이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며 “현재 방식에 기반한 개선만으로는 혁신의 폭에 한계가 있다는 절박함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성과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장·단기적으로 균형 잡힌 전략을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작심한 듯 약 30여 분간 각 계열사 대표에게 혁신과 실행 촉구 메시지를 쏟아냈다.

우선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해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경영지표가 부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 회장은 “우리의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위기 때 혁신하는 기업이 위기 후에도 성장 폭이 큰 것처럼, 올 2분기 이후로 팬데믹이 안정화에 들어갔을 때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계열사 사장들에게는 일일이 “본질적인 경쟁력, 핵심가치가는 무엇이냐”라고 질문을 던지며 “5년 후, 10년 후 회사의 모습을 임직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성장 스토리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이키는 단지 우수한 제품만이 아니라 운동선수에 대한 존경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며 다른 회사가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며 “각 회사에 맞는 명확한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겐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 회장은 미래 관점에서 시장을 내다보고 시장환경에 부합하는지 수시로 점검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 사업분야에서 1위가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하는 동시에 주위를 둘러보며 차별적인 기업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요구다. 특히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DT) 및 연구개발(R&D)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브랜드 강화를 통해 차별적인 기업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도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선 전략에 맞는 실행이 필수조건이”며 “CEO들이 고객·임직원·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세울 때, 강력한 실행력이 발휘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경영환경에 맞는 조직문화에 관한 논의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기업문화 쇄신을 위해 지난 2년간 많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며 “그러나 아직 일부 회사에서는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대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CEO부터 변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회사 및 그룹 전체 조직의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전략적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도 언급했다. 신 회장은 “사회적 가치는 기업 생존 및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라며 “규제에 대응하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고, 더 나아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롯데는 IMF와 리먼 사태에도 과감한 결단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우리에게는 위기극복의 DNA가 있다.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과거 성공경험을 버리고 CEO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달라”며 “나 역시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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