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주식광풍 이끈 유동성 홍수...'불안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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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주식광풍 이끈 유동성 홍수...'불안한 줄타기'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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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은 빼내고 '빚투'는 과열…거대 자금 증시로 쏠려
돈 풀기 과잉이 증시...당국은 "실물 괴리 있어" 경고
넘치는 유동성을 등에 업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넘치는 유동성을 등에 업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주식 열풍에 증시는 매번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주식투자'가 국민적 유행으로 번지면서 최근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사상최대치를 넘어섰고, 코스피 우량주를 중심으로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리스크 부담 없이 투자하는 개인들은 더욱 증가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금보다 투자쪽으로 유동성이 쏠린 가운데 '빚투'로 인한 주식시장 활황이 불안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증시는 '유동성의 힘'이 이끌고 있다는 것 밖에 설명이 안된다. 실제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자금이 지난해 11월까지 6개월 연속 20%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출을 받은 뒤 수시입출금·요구불예금에 넣어뒀다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0년 11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 협의통화 잔액은 1139조6324억원(원계열·평잔)으로 1년 전에 비해 26.8% 늘었다. 한 달 전 기록했던 역대 최대 증가율(27.8%)과 유사한 수준으로 M1은 6개월 연속 20%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달 증가량(34조7,460억원)에 비하면 다소 줄어들었지만, 9월(14조1,552억원)이나 8월(9조7,866억원)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2019년 11월에 비해서는 9.7% 증가했다.

M2는 현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 요구불예금 등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M1에 저축성 예금과 수익증권 등을 포함한 개념으로, 보통 '시중통화량'을 의미한다. 비교적 쉽게 돈을 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전년 대비 증가율이 7~8%대였던 M2 증가율은 코로나19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확대하기 시작한 지난해 5월 이후 9%대 후반에서 1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전년 대비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상태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면서 쉽게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이 시중에 계속 쌓이고 있는 셈이다. 갈 곳을 잃은 돈은 온전히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고 있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10, 11월에는 수익증권과 저축성예금 등에 흘러간 돈이 이전과 달리 증가했다. 7~9월만 해도 M1 증가율이 M2 증가율보다 커 현금이나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더 빠르게 쌓였지만, 이후 두 달간은 수익증권이나 단기금융펀드(MMF), 2년 미만 금전신탁 등의 증가세가 더 컸다. 돈을 통장에 단순히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주식이나 펀드 등 상품에 넣기 시작한 것이다.

M1의 가파른 증가세는 대출로 단기간 통장에 쌓아둔 돈이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가계대출이 13조6000억원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M1은 12조8,000억원 늘어났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6.9%나 증가한 수치다.

경제주체별로는 기업(15조,8000억원)과 가계 및 비영리단체(10조원)의 자금이 크게 늘었다. 특히 가계는 11월의 '역대급 대출'의 영향으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과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자금이 늘었다.

통화량은 언제든 수익률을 좇아 움직일 수 있는 단기상품 위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기업들의 단기 특정금전신탁 예치가 늘어나면서 2년 미만 금전신탁이 7조9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증가했고 요구불예금도 6조5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도 4조8000억원 늘어났다. 이에 단기자금 지표인 M1(협의통화)은 1148조원으로 전월 대비 12조8000억원(1.1%) 늘어 M2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장기로 돈을 묶어두는 예·적금에서 돈을 뽑아 현금성자산에 몰린 결과다. 언제든 증시·부동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단기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자산시장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도 지난해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이 지속되면서 금융·실물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막대한 유동성은 새해 들어 증시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10조6563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과열 양상에 중앙은행과 정부는 잇따라 경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코로나19로 실물은 상당히 부침을 겪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떠한 부정적 측면도 있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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