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리모델링 시장… 대형건설사도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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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리모델링 시장… 대형건설사도 눈독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1.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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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낮아 외면받던 리모델링,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올라
현대건설, GS건설 등 경쟁 치열…정부 제도 정비 등 나서야
 지난 2013년 경기 분당 정자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분당 리모델링 첫출발’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비사업 규제 강화로 대형건설사들이 그동안 틈새시장으로 여겨졌던 리모델링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수요 증가에 따른 시장 규모의 성장에도 여전히 관련 법규나 규정 등이 미비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대형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사업 ‘주도권 잡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열린 서울과 경기 지역 리모델링 현장설명회에 대형건설사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 중에서도 공사비가 1조원에 달하는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5150가구)의 경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수도권에서만 4만551가구가 넘는 구축 아파트에서 리모델링이 추진될 예정이어서다.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한 곳은 현대건설이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로 76에 있는 지하 1층~지상 20층 9개 동 규모의 신정마을9단지 주공아파트 812가구를 증축해 지하 3층~지상 23층 9개 동 914가구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228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주택사업본부 도시정비영업실에 속해 있던 사업팀을 별도로 떼어 리모델링 전담팀을 구성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했다. 용인 수지 현대성우8단지를 포스코건설과 공동으로 수주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GS건설과 롯데건설 역시 리모델링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다. GS건설은 2018년 강남구 건영아파트를 통해, 롯데건설은 2019년 롯데캐슬갤럭시 리모델링을 통해 처음으로 시장에 진출했으며 지난해 용산구에서 추가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강자인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은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분주하다. 쌍용건설은 지난 2000년 리모델링 전담팀을 구성, 현재까지 13개 단지, 수주액은 1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 중이다. 현재도 분당 한솔 5단지 등 10여 개 단지의 리모델링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도 2014년부터 리모델링 전담부서인 ‘리모델링 영업그룹’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총 15건,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을 확보한 상태다. 수직증축 허가를 받은 첫 리모델링 사업지인 송파구 성지아파트 시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형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2014년 4월 25일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기존 건물에 2~3층을 더 높여 지을 수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다.

기존 가구 수의 15% 정도를 늘려 일반에 공급, 기존 주민의 공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된 지 7년여가 흘렀음에도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있어도 완료된 단지는 하나도 없다. 

수직증축의 핵심인 기초보강 등 안전 기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탓이다. 국내 대다수 아파트는 지반이 약한 곳에 지어져 ‘말뚝기초’ 위에 구조물을 짓는다. 추가하중을 지지할 수 있도록 안전 보강이 필수인 셈이다.

하지만 정부 검사기관의 기준치가 과도하게 높다는 게 리모델링 전문가의 지적이다. 더욱이 기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공법이나 기술을 제시해도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택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은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론과 실무의 괴리가 너무 크다”면서 “과거 업무 관행에 너무 얽매이는 등 관료주의가 리모델링 시장 성장을 저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이 지속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리모델링에 대해 이해하는 데에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규정 등을 개선하기 위해 설득 과정을 거치다 보면 보직이 변경된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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