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로 집 사기도 막히나…신용대출 규제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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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로 집 사기도 막히나…신용대출 규제 시사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1.12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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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올해 가계부채 관리 강경 기조 예고
신용대출로 집 사면 대출 회수 규제 더욱 강화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고액 신용대출을 활용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는 뜻)’로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이런 탓에 신용대출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5영업일 동안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약 2179억원 증가했다. 1월은 계절적으로 대출이 증가하는 이사 철도 아닐뿐더러 연말 상여금 등으로 대출을 갚는 사례가 많아 신용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원인을 신용대출 자금이 특정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전날과 이날 잇달아 은행권의 특별한 관리강화를 당부했다.

그런데도 신용대출이 당분간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연말을 기해 매매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잔금을 치러야 하는 이달에 신용대출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지난해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6309건으로 전달보다 44.2% 늘었다. 12월에는 5593건으로 아직 신고기한이 한 달 남짓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자릿수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량 증가세는 더욱 심상치 않다. 12월 아파트 거래량은 2만425건으로 지난해 거래가 가장 많았던 2월 3만1940건에 육박할 수도 있다. 정부가 수차례 설 이전 '획기적인' 공급대책 내놓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시장 기대에 못 치는 대책이 발표됐을 때다. 투자 열풍을 잠재우지 못하면 신용대출 급증으로 이어져 ‘1억원 이상 신용대출 후 집 사면 대출 회수’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는 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규제 시행일 전(11월 30일) 이미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아 쓰고 있는 사람은 회수 대상에서 빠진 데다 부부가 각각 9000만씩 신용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규제할 수 없는 등 보완해야 하는 규제의 빈틈이 많다.

전문가는 신용대출을 활용한 ‘영끌’ 주택 투자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중저가 주택 위주의 가격 상승 흐름이 당분간 바뀌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집값이 너무 올라 신용대출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주택을 살 수 없다보니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가격 상승으로 쏠려 있어 집값 상승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어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이 대출 규모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신용대출 규제가 추가적으로 전세 수요 증가로 이어져 전세가율을 올리고 갭투자로 주택을 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신용대출을 규제의 한계로 금융당국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업계 환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사용처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쉽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긴급생활·사업자금 대출길이 막힐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에선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다 종극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시기를 앞 당질 수 있다”면서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동안 단기간에 오른 주택은 차익실현을 위해 시장에 쏟아질 듯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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