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궁해서”…보험사 미래수익 장기채 마저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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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궁해서”…보험사 미래수익 장기채 마저 판다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1.01.12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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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 15개社 지난해 보험영업 1조7621억원 적자
수입보험료 감소·저금리 따른 운용수익 악화 영향
손실 만회 위해 채권 매각 활발…“근본적 처방 아냐” 지적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을 팔아치우며 실적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운용환경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보험 영업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채권 매각으로 실적이 개선돼 보이는 착시효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래 수익원’을 앞당긴 것에 불과해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12일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생명보험사 15개사는 보험영업에서 총 1조76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투자이익으로 15조7368억원의 수익을 내 손실을 만회했다.

보험영업에서는 대형사나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모두 부진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보험영업에서 489억원의 손실을 봤고 한화생명의 적자 규모도 3063억원에 달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보험영업으로 1801억원의 수익을 내 빅3 생명보험사 중 유일하게 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보험사 중 보험영업 손실이 가장 큰 보험사는 NH농협생명으로 1조286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밖에 △미래에셋생명(5400억원) △하나생명(2557억원) △흥국생명(1888억원) △DGB생명(786억원)순으로 손실을 봤다. DB생명(728억원)과 KB생명(546억원), 신한생명(214억원) 등의 경우 보험영업에서 흑자를 봤지만, 투자이익 대비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보험영업이 부진한 이유는 들어오는 수입보험료보다 빠져나가는 지급보험금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생명보험사의 누적 수입보험료는 60조2524억원이다. 지난 2016년만 해도 수입보험료는 83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2017년 79조원, 2018년 75조원, 2019년 74조원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보장성보험 증가세 둔화와 저축성보험 감소의 영향을 받았다. 반면 지금보험금은 2016년 47조원에서 꾸준히 불어나 2017년 52조원, 2018년, 58조원, 2019년 63조원으로 매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작년 3분기에는 누적 48조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저금리에 따른 이차역마진 역시 보험사 손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생명보험사의 이차역마진 규모는 4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9년 생보사 이차역마진 규모는 전년대비 3000억원 늘어난 3조9000억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선택한 전략이 채권 매각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낸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보험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처분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은 비싸지기 때문이다. 듀레이션(채권 실효만기) 관리 차원의 채권 교체 매매도 이뤄지기도 하지만, 비싼 채권을 많이 팔면 처분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순이익에서 채권 처분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경우 생명보험은 62%, 손해보험은 87%까지 상승했다. 만약 채권 처분이익이 없었다면 생보업계의 순이익은 3조1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손보업계는 2조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급감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보험사의 채권 매각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지속 가능한 수익이 아닌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한 채권 매각은 미래의 이익을 앞당기는 데 불과하다”며 “국내 보험산업의 이익 구조가 건강하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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