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지난해 막판 뒷심을 과시한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부활의 신호탄을 예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추진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 3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총 209억1000만달러(약 22조7500억원)를 수주했다. 회사별로 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누적 수주액 100억달러를 넘어서며 수주 목표치(110억달러)의 91%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53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연간 수주 목표치의 75%를, 삼성중공업은 55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치의 65%를 채웠다.
3사의 활약으로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3년 연속 선박 수주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전 세계 선박발주량 1924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42.5%인 819만CGT를 확보하며, 중국을 제치고 선두를 유지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주 가뭄에 시달린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만한 성과다. 조선 3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4분기에만 지난해 수주량의 70%를 쓸어 담았다.
조선 3사의 올해 전망도 밝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신조선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풀리면서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잠재 수요들이 올해부터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LNG 운반선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2022년부터 시행될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배출권 규제 강화로 인해 올해부터 LNG 수요 증가에 따른 선박 발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락슨리서치는 전세계 LNG 수요에 힘입어 향후 5년간 대형 LNG운반선 발주가 평균 51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조선사들은 연초부터 건조 계약을 따내며 릴레이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아시아 소재 선사와 1만5000TEU급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약 9000억원 규모의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도 글로벌 해운사인 팬오션으로부터 1993억원 규모의 17만4000㎥급 LNG운반선 1척을 따내며 신축년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물론 지난 10년간의 부진을 털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조선사들의 고용불안 문제는 여전히 해결과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선방한 수주 실적에도 이달 25일까지 사무직과 생산직 직원 중 1975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아무리 업황이 개선된다고 해도 2000년대 중반 경험한 초호황의 ‘슈퍼사이클’이 재연될 가능성도 희박이다. 하지만 조선산업은 전통적인 중후장대형 산업이다. 올해부터는 LNG선의 기술력을 앞세워 잃어버린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조선업계가 올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