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단순 금융상품 제조자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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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단순 금융상품 제조자 전락”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1.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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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硏 “플랫폼 경쟁력 높여 고객 이탈 막아야” 경고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빅테크(거대정보기술기업)·핀테크(금융기술)의 금융 영역 도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디지털 경쟁에서 밀리면 금융상품의 단순 공급자 입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3일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1년 은행산업 전망과 경영과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도 국내 은행의 경영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은행들은 디지털 경쟁에서 지면 금융상품의 단순 제조자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빅테크와 핀테크 업체들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종합지급결제업을 영위함으로써 기존 국내 은행 판매 채널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올해는 오픈뱅킹의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에 금융권의 디지털 채널 경쟁도 본격화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자사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의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며 “마이데이터 산업에 진출해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훌륭한 대응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 연구위원은 또 은행들이 올해 일부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수 있고, 대출 만기 자동 연장이나 원리금 상환 유예 같은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종료로 대출 부실화를 겪을 위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국내 은행의 대손비용은 직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2.9%(2조1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은 약 12조1000억원에서 10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7.11%에서 6.27%로 떨어졌다.

서 연구위원은 “올해는 은행 경영에서 신용 위험과 규제 위험이 부각될 것이므로 관리가 필요하다”며 “초저금리 시대에는 이자 이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새로운 수수료 수익원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권은 빅테크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만을 표하며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적용을 요구해왔다. 이에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중재로 민·관 ‘디지털금융 협의회’가 꾸려졌고 은행의 생활형 플랫폼 비즈니스 허용 등 내용을 담은 규제 개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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