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길 잃은 돈 증시로…단기과열 거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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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길 잃은 돈 증시로…단기과열 거품 우려도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0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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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열풍 속 주식투자 굴린 가계자금 '사상최대'
실물 뒷받침 안된 불안한 랠리...'고속' 아닌 '과속'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장을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장을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예상보다 빨리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리면서 시장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에 바탕을 둔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기업 실적 전망치도 높아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 다만 문제는 상승 속도와 열기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증시 랠리는 '고속'이 아닌 ‘과속’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한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쏠림이 심한 과열 현상이 장기적으로 금융시스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제로금리가 장기화되고, 부동산 투자마저 막히자 갈 곳을 못 찾는 돈은 주식시장에 쏠리고 있다. 

'동학개미운동' 등 주식투자 열풍으로 지난해 3분기 가계가 주식 투자를 위해 굴린 돈이 사상 최대 규모인 약 23조원에 이르렀다. 동시에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금도 기록을 갈아치워 가계 주식투자의 상당 부분이 대출을 통한 이른바 '빚투'라는 분석을 뒷받침했다.

한국은행이 7일 공개한 '2020년 3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3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64조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2019년 3분기(16조6000억원)보다는 14조원 이상 많다.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었다는 것은 투자·예금 등으로 굴린 여윳돈의 증가폭이 대출 등 조달액보다 더 컸다는 뜻이다.

자금 운용 부문을 나눠보면, 특히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22조5000억원)가 직전 2분기의 사상 최대 기록(21조3000억원)을 다시 넘어섰다. 전년 3분기(-8000억원)보다는 23조원 이상 많다. 채권 역시 1년 사이 4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불었지만, 2분기 기록(11조5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24조5000억원)이 앞서 2분기(49조8000억원)보다 51%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넘치는 자금이 증시로만 편중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규채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가 커진 것은 증시 상승에 따라 주식 투자자금 운용이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거주자가 발행한 국내 주식뿐 아니라 비거주자 발행 주식(해외주식) 투자 운용액 모두 3분기 중 역대 최대였다"고 설명했다.

개인들의 차입투자인 ‘빚투’ 규모가 급증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2019년 1분기 24조9600억원에서 지난 4일 68조2900억원으로 한 해 만에 2.7배나 늘었다. 이 중 개인투자자들이 빌려서 투자한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본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뜻하는 신용융자 잔액은 같은 기간 10조3900억원에서 19조35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은 21.6%(약 24조원)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폭으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의 동력이 철저히 저금리에 기반한 유동성이라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대부분 지표도 증시 과열을 가리키고 있다. 기업 가치의 고평가 여부를 나타내는 대표지수인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14.5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보다는 낮지만, 국내 증시의 장기 평균선인 10배에 비해선 역사적 수준”이라며 “고평가 징후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이른바 ‘버핏지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104.2%를 기록해 과열 국면을 뜻하는 1배를 넘어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GDP 대비 시가총액 등을 고려할 때 경제 펀더멘털보다 주가가 10~15% 정도 오버슈팅(과매수)한 상태로 보인다”며 “연초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섰지만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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