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마지막 경종… 감성에 젖은 ‘중대재해법’, 처벌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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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마지막 경종… 감성에 젖은 ‘중대재해법’, 처벌 완화해야
  • 나기호 기자
  • 승인 2021.01.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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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 법안소위 통과
감성법안 중대재해법 반대 ‘국민청원’, 동의자 6천명 넘기며 계속 증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제공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제공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이 최종 의결되면서 이를 우려하는 경제계의 마지막 경종이 울리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는 7일 오전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제 8일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일만 남았다.

중대재해법은 공중 이용 시설 등 이용자에게 발생하는 사고를 ‘중대시민재해’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사고를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한다. 여야는 수정을 거듭해 △상시근로자 수 10인 미만 및 연 매출 10억원 이하 소상공인 제외 △점포 규모 1000㎡ 미만 자영업자, 학교 제외로 합의했다. 이 외에도 재해 발생 시 발주, 임대를 제외한 용역을 준 업체만 처벌하고, 인과관계추정 조항도 없앴다. 공무원 처벌 특례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특히, 경제계 이슈인 처벌 수위는 중대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기업 및 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징역형 양형 하한선을 낮추고, 벌금형 하한선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최대 5배 배상책임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중대재해법의 시행 시기는 공포 후 1년 뒤로 정했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이 실효성이 의심되고 기업인의 경영을 더욱 위축시킨다며 처벌 완화에 대한 법안 수정 등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를 놓고 전날(6일) 중소기업중앙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중대재해법 제정을 반대하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현재 입법안 중 사업주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 규정 변경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 처벌 기준을 최소한 ‘반복적인 사망사고’의 경우로 한정 △사업주 규정 의무 이행 시 면책 등 입법 보완의 필요성을 재차 촉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에도 경영계는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소한 기업들이 과도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다시 한 번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시행령 등을 통한 수정·보완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업인들 마지막 경종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울려 퍼지고 있다. 싸인물 제작업체를 20년간 운영하고 있다는 60대의 한 기업인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중대재해법이 통과돼 기업주가 책임을 지고 실형을 살아야 한다면 사업을 계속적으로 할 수가 없다”면서 “제발 감성에 젖은 ‘감성법안’을 만들지 말고, 노동자와 기업인들의 피해를 고려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까지 6670명의 동의를 받는 등 계속 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거듭되면서 기업인들은 낡은 규제와 국회 입법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2021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서도 박용만 회장은 경제와 산업 전반의 규제 입법과 관련해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최근 더욱 빨라진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서 우리만 감당 못할 수준까지 뒤처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국회에서도 여러 사정은 있겠지만, 산업 신진대사를 높일 수 있는 법안 처리에 올 한해 전향적인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특히, 새해에는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정치 일정들이 많다”면서 “정치와 경제 이슈를 명확히 구분해서 접근해야, 경제 입법 과정들이 정치 일정에 매몰되지 않게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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