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기자금 70조 육박…유동성 장세 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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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대기자금 70조 육박…유동성 장세 더 간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06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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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외국인 던진 매물 연일 받아내는 동학개미
투자예탁금 사상최대치...버블붕괴 우려도 상존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 것은 2007년 7월 25일 2000을 처음 돌파한 이후 약 13년 5개월여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 것은 2007년 7월 25일 2000을 처음 돌파한 이후 약 13년 5개월여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6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꿈의 지수'라 불리는 3000선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이뤄낸 성과가 지수로 드러나고 있다. 기록적 랠리의 배경에는 개인투자자, 소위 '동학개미'가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대유행 사태가 터지며 코스피 지수는 그해 3월 19일 1439.4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코스피 지수는 'V'반등에 성공해 불과 9개월여 만에 당시 최저점의 2배가 넘는 3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서도 코스피 지수가 가장 빠른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배경에는 넘치는 유동성과 백신 개발, 약달러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심리 등이 다양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동학개미'를 빼놓고 V자 반등을 설명할 길은 없어 보인다. 풍부한 유동성과 위험자산 선호심리 등이 지수 상승의 배경이라면 외국인과 기관도 매수세에 맞서 저항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열풍이 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지수가 급락한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동학개미는 지난해 한해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무려 47조 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이 25조 5000억원, 외국인이 24조 6000억원을 각각 순매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개인 투자자의 증시 유입에 따라 일평균 거래대금은 크게 증가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2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5% 증가했다. 거래량 또한 같은 기간 90.2% 늘었다. 개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년간 47.5%에서 65.8%로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외국인 거래 비중은 28.4%에서 16.3%로, 기관 거래 비중은 23.1%에서 16.9%로 각각 줄었다.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팬데믹 사태에 놀라 국내 주식을 마구 내던지는 사이 매물을 고스란히 받아낸 동학개미들이 코스피 지수 3000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개장 이후 3거래일 동안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3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개미들의 힘으로 이미 코스피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0조를 넘어섰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2059조7435억원, 코스닥 시가총액은 391조9485억원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치면 2451조6920억원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를 넘어선 수준이다.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지난해 최저점을 기록한 1139조2000억원(3월19일)에 비해 무려 1300조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 상승 흐름은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대주주 양도세 완화 보류, 증권거래세 인하 등 머니무브로 인해 한동한 이어질 전망이다. 

3월 공매도 재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상승 등의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투자자금이 향할 곳이 주식시장밖에 없다는 인식이 커졌다. 2030세대가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도 지수 하방경직성을 높이고 상승여력은 열어두는 요인이 되고 있다.

증시대기 자금도 넘쳐난다. 실제 투자자 예탁금도 68조를 넘어섰다. 지난해 8월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선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4일 기준 68조287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현재 크게 벌어져 있는 기업 실적과 주가간 격차를 향후 만회하지 못할 경우에는 버블 붕괴 가능성도 상존한다. 동시에 6일 기준으로 신용융자 잔고가 19조 3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빚을 내서 투자하는 소위 '빚투'가 늘어나는 것도 큰 부담이다.

대표적인 증시과열 판단지표인 ‘버핏 지수’(국내총생산 대비 증시 시가총액 비율)로 볼 때 한국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24.5%까지 상승했다. 버핏 지수는 일반적으로 100%가 넘으면 거품이 낀 것으로 해석한다.

코스피의 PER(주가수익비율) 역시 과열 구간에 접어들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14.41로, 국내 증시의 장기 평균선인 10배를 훌쩍 넘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2개월간의 코스피 상승률이 30%에 달한다는 점, 최근의 비정상적인 저금리 상황 등을 고려하면 과열, 거품의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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