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첫 인구감소… 부동산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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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첫 인구감소… 부동산 판이 바뀐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1.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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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 취약한 지방소멸 위기 고조
도시와 지방 양극화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우리나라 주민등록상 인구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에 급격한 수요 위축 현상이 당장 나타날 가능성은 없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큰 변수임이 틀림없다. 수요가 줄면 부동산 가격은 자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4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2019년 12월 31일 5184만9861명보다 2만838명 줄어 집계 사상 처음 인구가 줄었다.

지난해 출생(등록)자 수는 30만명선을 유지했던 2019년보다 3만2882명(10.65%) 감소한 27만5815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2017년 연간 출생자 수가 40만명 아래로 감소한 지 3년 만에 30만명선도 무너졌다.

지난해 서울(6만642명), 경북(2만6414명), 경남(2만2337명), 부산(2만1895명), 대구(1만9685명), 전남(1만7196명) 등 12개 시·도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2011년과 비교하면 서울 58만명, 부산 16만명, 대구 9만명 등이 줄어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기존 대도시의 인구유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주거, 교육, 문화, 의료, 교통 등 정주 여건과 경제기반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지방소멸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이 2016년 11월 기준 정보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전국 3483개 전국 읍·면·동·리 중 소멸 위기 지역은 2242개, 소멸 직전으로 볼 수 있는 지역은 1383개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39.7%에 해당한다.

일각에선 인구가 감소해도 가구 수가 늘어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다고 반론하지만, 통계청 추산 한국 인구수는 2040년 이후 한 해 평균 30만~50만명 씩 줄어들고 생산연령인구도 2703만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머지 않은 미래에 집값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수요가 줄어도 공급은 감소하지 않는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2016년 발표한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를 보면 전국 주택 보급률은 2015년 104.0%에서 2050년 139.8%로 치솟는다. 총 주택 수가 총가구 수보다 1.4배 많다는 의미다.

일본을 보면 우리의 미래 모습을 알 수 있다. 일본 인구는 1992년 0.25% 증가에서 2016년 0.12% 감소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주택가격 누적 하락률은 53%에 달한다. 2018년 기준 주택의 13.6%(846만 가구)가 빈집이다. 2033년에는 2000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일본 부동산 시장은 매년 100만 가구 가까운 주택이 공급되고 가격이 상승하면서 겉으로는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인구감소와 그에 따른 재정적자로 지방 거점도시의 ‘선택과 집중’ 정책을 시작했다.

일부 거점도시만 집중적으로 개발해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 거점도시는 물론이고 수도인 도쿄에서조차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1990년 부동산 가격 거품 붕괴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가격 적인 이점이 있다고 보고 중국 자본이 대거 투입된 것. 이는 인구감소에도 대도시 집값만큼은 굳건할 것이라는 믿음을 깬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한국은 공멸할 것”이라며 “얄궂게도 과도하게 오른 집값은 인구감소를 가속시킨다. 아무리 벌어도 집 한 채 소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대부분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 때에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된다’ 식의 도덕적 해이와 무관심으로 우물쭈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면서 “우리 자녀 세대의 비극은 지금 이 시각에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새로운 제도와 경제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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