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핀셋규제’…광범위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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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핀셋규제’…광범위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해야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12.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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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집값을 잡기는커녕 매번 풍선효과만을 유발했던 ‘핀셋규제’식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어서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실패한 규제다. 정부가 올해 수차례에 걸쳐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지정했지만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은 계속됐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2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용성(수원·용인·성남구) 지역의 집값 상승은 여전하다. 단 한 차례도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주택매매가격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았다. 수도권 전체를 살펴봐도 지난 6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안산이 9월에 단 한차례 0.02% 하락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10월 들어서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기 안성의 경우 지난 5월 보합세를 보였지만 6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오히려 0.01%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탔고 7월에는 0.23%나 급등했다.

집값을 못 잡기만 했으면 차라리 다행이다. ‘핀셋규제’식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인근 지역에 풍선효과를 유발하면서 오히려 집값을 더 올렸다. 수용성 지역을 정밀타격하려 했던 정부의 2·20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전역의 집값을 띄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지난 2월 0.51% 상승하는데 그쳤던 경기도의 주택매매가격지수는 대책 발표 다음 달인 3월에는 0.93%나 폭등했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6·17 대책도 7월 집값을 0.61%나 상승시키며 전월 대비 상승폭을 키우게 만들었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 광역시의 집값도 띄우면서 12월 들어 주간 통계에서는 역대 최고 집값 상승률을 두 차례나 갈아치우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정부가 뒤늦게 조정대상지역을 지정하자 투기 세력이 비규제지역의 집값을 차례로 띄운 결과다.

정부는 지난 18일 뒤늦게 전국 36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지만 너무 늦었고 여전히 부족했다. 올해에만 ‘핀셋규제’의 부작용을 수차례나 목도했지만 여전히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쯤되면 정부가 ‘핀셋규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책의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 올해에만 수차례 실패한 ‘핀셋규제’로는 집값을 잡지 못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참여정부도 ‘핀셋규제’ 방식은 도입하지 않았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전국 단위로 시행했던 점만 봐도 그렇다. 특정 지역만 규제했다가는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몰려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참여정부는 점이 아닌 면(面) 방식으로 규제를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도 최소환 광역지방자치단체 단위로 규제지역을 지정해야 한다.

다행히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집값 상승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사전에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얼리워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 이상 소규모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핀셋규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집값 안정은 모든 정부가 지향해야할 정책 목표다. 집값이 오르면서 발생하는 자산소득이 노동소득을 아득히 넘어선다면 사회에 미래는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결코 넘어설 수 없는 한계선인 계급이 정해진다면 아무도 성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죽은 사회’로 전락한다. 현 정부의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도 집값을 잡지 못 했다는 유권자의 질타로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 했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았던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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