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화관법·화평법 직격탄 현실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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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업계, 화관법·화평법 직격탄 현실화 되나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12.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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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제도 전면개선 없이는 줄도산”…정부는 ‘묵묵부답’
화관법, 올해 말 유예 끝나…화학업체 1만4천여 곳 적용
인천남동국가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인천남동국가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정부가 친환경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기업규제인 화관법·화평법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학업계는 개정을 앞두고 있는 화관법·화평법이 필요 이상으로 화학물질 규제를 하고 있어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화학 단체들은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대한화학회, 한국화학공학회, 한국고분자학회, 한국공업화학회, 한국화학관련학회연합회 등 5개 화학관련 학술단체들은 지난달 27일 온라인으로 ‘소재·화학산업을 살려줄 화평법·화관법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현재 시행 중인 화평법과 화관법의 전면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연구·개발에 사용하는 소량 화학물질에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면 기업 성장을 억제한다”며 “기업이 사용하는 원료 화학물질 종류와 사용량 정보를 정부에 등록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 대한 심각한 재산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화학물질 위해성 정보를 평가해 정부에 등록하는 것이 국민 안전과 환경 보호의 현실적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산업현장에서의 실질적 안전 관리에 필요한 시설·제도·인력 확보가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화평법과 화관법은 유해물질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 2015년부터 시행 중이다.

화평법은 2011년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계기로 기업이 기존 화학물질은 연간 1t, 신규 화학물질은 연간 0.1t 이상 사용할 경우 유해성 정보를 환경부에 등록하도록 한 제도다. 정부가 요구하는 유해성 자료는 현재 최대 47가지로 파악된다.

문제는 2021년 말까지 등록이 유예된 물질 중 고위험물질만 1973종이라는 것이다. 유해물질 하나당 수억원의 등록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관련 연구가 활발한 유럽의 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고 품질 향상이나 공정 개선에는 아무 쓸모가 없는 정보를 강제로 구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화관법은 현장 실사 유예가 올해 말로 끝나 중소기업 입장에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화학물 관리 기업들의 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준수할 수 없는 수준의 규제라 시행 5년이 넘도록 파행 운영되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화관법이 요구하는 설비 기준을 맞추려면 중소기업들은 평균 3790만원의 시설 설치비용이 발생한다고 응답했다.

화학기업 중 화관법이 적용되는 기업은 1만4000여 곳으로 추산된다. 염료·안료, 섬유 업체를 중심으로 산업 전 분야에 산재한 협력사들 상당수가 포함되는 것이다. 이들은 화관법이 적극 시행되면 중소기업 줄도산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그간 두 제도의 전면 개정, 화관법 유예기간 재연장을 요청해왔으나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화관법에 따른 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정기검사를 유예했지만 내년 추가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안전은 시설·기술·투자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고 환경부에 정보를 등록한다고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기업을 신뢰하는 입장에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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