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역사와 소통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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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역사와 소통하는 예술
  • 매일일보
  • 승인 2020.12.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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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고 현재도 다사다난한 2020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자연스럽게 올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다. 2020년은 내 인생에 어떤 시간으로 남을까, 또 다른 사람의 인생에는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교차한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이런 생각들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예술가들 중에는 이런 관심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역사와 즉물적으로 소통하는 작업으로 승화시키는 이들도 있다. 이 글에선 그 예술가들 중에서도 강렬한 방식의 독창성을 선보인 작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상상의 고고학’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다니엘 아샴과 도자에 시대의 문화적 상징을 담아내는 유의정 작가다.

다니엘 아샴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건축, 조각, 영상, 패션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역사와 소통한다. 그에게는 과거가 곧 현재이고, 현재가 곧 미래다. 시계, 전화기, 모자, 티셔츠 등 현재의 우리 일상 속 사물들을 화석화해 보여준다. 마치 먼 미래에 유물로 발견되는 현재의 문명을 연상시키는 작업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일상은 그냥 일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한 순간이 아닌가’라는 인식의 전환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에는 다니엘 아샴의 탁월한 작업능력이 중요한 몫을 한다. 그는 모래, 화산재, 대리석, 유리섬유, 돌가루, 심지어 먼지까지 소재로 활용하는데 생생한 디테일과 뛰어난 연출로 우리의 시간을 그대로 정지시킨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멋들어진 스포츠카의 일부가 훼손된 표면을 보고서야 비로소 철로 된 자동차가 아닌 석화된 유물이라는 것을 깨달을 정도다.

다니엘 아샴의 작품에 갖가지 사물이 등장한다면 유의정 작가는 도자라는 매개물 하나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아낸다. 그의 도자에는 창공을 비행하는 전투기들이 문양으로 등장한다. 구름과 학의 문양이 등장하는 고려청자와는 또 다른 느낌의 청자다.

시대마다 다른 문화적 상징들이 동일한 매개물에 담겨 있는 그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우리 시대를 역사적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고려청자의 문양도 그 시대인의 일상 속 코드의 하나다. 우리 시대의 일상 속 코드라고 해서 청자에 담기질 말란 법이다. 그의 도자 작품에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소비 코드인 나이키나 스타벅스 로고가 등장하기도 한다.

도자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 서 있는 매개다. 먼 미래인에게 그의 작품은 예술인 동시에 우리 시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되는 셈이다.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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