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방역을 맹신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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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방역을 맹신한 죄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0.12.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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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현 정부와 보건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이젠 잘하는 것마저 먹히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우리나라는 누구보다 빠르게 확진자를 선별해 격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지난 2월 29일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발생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909명이었지만 K-방역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신속한 진단 검사를 통해 막아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대구·경북이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됐던 당시 상황과 달리 지금은 전국적인 확산세가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확진자 신기록을 연일 경험할 일만 남아있다. 이젠 더 이상 통제하고자 하는 집단을 상정할 수 없으며, 방역당국의 인력으로는 현실적인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3차 대유행 확진자 양상이 2000명대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이와 같은 추정치가 현실로 다가올 때는 진짜 코로나19 재앙이 시작 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감염경로 불분명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점 역시 그만큼 당국의 인력과 역량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보건당국은 전 세계가 칭송했던 신속한 검사법만 믿고 있다. 고작 내놓은 새로운 방역 조치가 PCR(유전자증폭) 검사보다 빠른 신속 항원검사의 도입이니 말이다.

신속 항원검사는 PCR검사와 병행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닌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더욱이 무증상자에게는 적절한 진단검사 방법이 아니다. 실제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대응·조치 안내’ 매뉴얼에 적시된 유의사항을 살펴보면 “호흡기 증상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해당 방법을 사용해 대국민 검사를 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주장이다. 신속 항원검사는 PCR검사 대비 민감도·특이도가 낮다. 민감도는 감염자 중 양성을, 특이도는 비감염자 가운데 음성을 각각 구분하는 정도를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제품허가담당관은 최근 에스디바이오센서로부터 정부가 제공받은 신송 항원검사 키트에 대해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이후의 환자 검체로 임상평가는 실시됐지만 무증상자에 대한 (임상)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무증상자가 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오면 우리 일상 사회에 버젓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병상부족 문제도 K-방역의 맹신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사건에 불과하다. 1차·2차 대유행을 거쳐 병상부족을 두 차례나 경험했지만, 막상 3차 대유행이 터진 후에도 정부는 그동안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유독 고령층 확진자가 많았던 2차 대유행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거점전담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정부가 병상부족에 대책이라고 먼저 시행한 것은 환자 간 화장실 사용과 이동공간이 겹칠 수밖에 없는 컨테이너 병상 카드였다.

이젠 신규 확진자 1000명대에 돌입했다. 제발 정부와 보건당국은 이번 3차 대유행 역시 “K-방역이 또 해내겠지”라는 안일한 맹신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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