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중공업의 노사 협력, 올해도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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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중공업의 노사 협력, 올해도 물 건너가나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12.0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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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주선 기자
산업부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안정된 노사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노동조합과 더욱 마음을 열고 대화하겠습니다. 더 좋은 회사,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언제든 노동조합과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겠습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 초 구성원 간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신뢰 관계를 회복하겠다며 해당 신년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안정된 노사 관계는 올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20년 임금협상은 커녕 2019년 임협도 마무리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상견례 이후, 1년 7개월간 70여차례 교섭을 가졌으나 지난해 임금협상을 두고 여전히 갈등 중이다. 회사의 물적분할 반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원 징계 문제와 손해배상 소송 등의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5월 31일 물적분할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분할 추진을 반대하며 주총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했다. 당시 회사 본관에서 사측과 폭력 사태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 1400여명이 회사 징계를 받았다. 

이에 노조는 즉각적이고 동시적인 파업 참가 징계자 전원 철회와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취하를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당시 파업이 절차상 하자가 있는 불법파업이라 보고 징계자 인사상 불이익 최소화, 해고자 순차적 재입사 등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다. 

기본급 인상 등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도 크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4만5000원 인상·성과급 193% 등을 지급하겠단 사측 최종안을 거부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임금협상 외에도 올해 임단협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임금협상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올해 임단협은 예년보다 6개월 가량 지연돼 지난달 초부터 시작됐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성과급 250%+α, 그룹사 공동교섭 등이 포함된 요구안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만큼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어 이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노사가 연내 타결에 성공하려면 조합원 찬반투표와 조인식 등의 일정을 감안해 오는 24일까지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매주 화·목요일 2차례 교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약 6번의 교섭에서 연내 타결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단기간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주절벽 등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사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수주와 생산 활동에 매진해야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목표 수주액인 110억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데 그치고 있다. 임단협 연내 타결의 키는 노사가 쥐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4년 연속 임단협 연내 타결에 실패해 온 현대중공업이 올해 극적으로 임협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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