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을묘왜변 때 스러진 무명영웅 이야기 '바람벽에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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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을묘왜변 때 스러진 무명영웅 이야기 '바람벽에 쓴 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12.08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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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공이 있는 달사는 어디로 갔나(有功達泗歸何處)"는 1555년 12월 2일 조선왕조실록(명종실록)에 적혀 있는 시구다. 장흥의 어느 바람벽에 지나가는 행인이 썼다는 시가 왜 실록에 기록됐을까.

이러한 궁금증에서 이 소설은 시작됐다. 저자는 달사는 과연 누구이며, 그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가를 이 소설 전체의 중요한 주제로 삼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임진왜란 37년 전에 발생한 을묘왜변은 비교적 큰 침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당시 왜변으로 조선왕조실록에 공식 기록된 사망자는 500여명에 불과하지만 6000여명이 침입해 10개 성을 함락한 당시의 치열했던 전황을 놓고 생각해 보면 적어도 사망자가 5000명이 넘었을 것이고 납치된 부녀자도 수천 명이 넘을 것이라는 작가의 추측이다.

저자는 달사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을묘왜변을 최초로 다루고 있으며 당시 혼란스러운 사회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장수들부터 왜구의 앞잡이가 돼 동족에게 창칼을 들이미는 사람들까지. 저자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내는 이야기 속에는 지난 역사에서 숱하게 반복돼 온 우리 사회의 면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시에 그곳에는 위기 때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운 영웅들이 있다. 병사들에게 줄 주먹밥을 만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농기구 대신 창칼을 든 이름 모를 사람들이 있었다.

<바람벽에 쓴 시>는 역사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지만 분명히 그곳에 있었던 여러 작은 영웅들을 조명하는 책이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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