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꾸로 가는 금리
상태바
[기자수첩] 거꾸로 가는 금리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12.07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이용 중인 신용대출 금리가 인상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 금리는 바닥인데 대출 금리만 오르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A씨의 직장인 신용대출은 요즘 부쩍 자주 들리는 ‘영끌’, ‘빚투’와 같이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한 것도 아닌 생활안정 자금이다. 어딘가 투자를 하고 싶어도 여유롭지 못한 소득수준과 신용등급 덕에 투자 자금을 마련할 길도 없다. ‘똑똑한 집 한 채’나 실리콘밸리 유망기업 주식으로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을 이들을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었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0.5%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 5월 0.75%였던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5%로 인하한 뒤 7·8월에 이어 다시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예금 금리는 0%대까지 떨어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출 금리만은 거꾸로 오르고 있다.

상반기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 대출 금리도 지난 7월 2%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9월경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일부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3%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한 대출 총량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국은 폭증하는 신용대출 자금이 부동산, 주식 등 투자로 흘러들어 자본시장 과열을 야기한다고 판단하고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이들은 미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등 최대한 대출 한도를 확보했고 애꿎은 서민들은 2금융권까지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다시 2금융권 소비자들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사실상의 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린 조치에 역행한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반 서민들만 대출 절벽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대출 자금만 잡아내겠다는 정부의 노력도 현실적이지 않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유동성을 풀어야 하는데 그 창구가 되는 신용대출을 다시 조이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괴리다. 기준금리가 문자 그대로 시장 금리의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본연의 역할마저 망가뜨리는 꼴이다. 이처럼 정책이 방향을 못 잡는 상황에서 금융 소비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