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쌓은 ‘원자력 강국’, 정치 논리에 만신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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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쌓은 ‘원자력 강국’, 정치 논리에 만신창이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12.03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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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직원들,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서 경제성 자료 444건 삭제
與 “정치 수사” vs 野 “탈원전 실체 밝혀야”
文정부, 불도저식 탈원전…2034년까지 24기 중 11기 폐쇄
검찰은 지난 2일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와 관련, 내부자료 삭제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3일 오전 세종시 소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직원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2일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와 관련, 내부자료 삭제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3일 오전 세종시 소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직원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원자력 에너지 분야가 최근 청와대와 검찰의 첨예한 갈등 속에 정국을 가를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여권과 윤석열 검찰 총장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충돌할 기미를 보이면서 양측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는 지난 2일 오후 법원에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산업부 국·과장급 공무원 3명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지난해 11월쯤 월성 1호기 경제성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토록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윤 총장은 직무 복귀 하루가 지난 2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윤 총장이 직무 복귀 후 첫 업무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 지시 모양새를 취하면서 청와대와의 대립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을 받는 사건의 핵심은 산업부를 앞세운 정부가 월성 1호기의 경제타당성을 조작하면서까지 탈원전을 추진했느냐에 있다.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일각에서는 표면상 감사원의 고발로 진행된 산업부 공무원에 대한 검찰 수사지만, 사실상 윤 총장과 청와대의 싸움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핵심 배경이 바로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실 탈원전 이슈는 문 정부 들어 곪을대로 곪아 온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수많은 전문가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탈원전에 유독 적극적인 속내가 궁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원자력발전 사업은 6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했으나 안전성·경제성을 이유로 폐기 일로에 놓인 것이다.

2017년 6월 우리나라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에 이어 지난해 12월 월성 1호도 영구정지 확정됐다. 신고리 5·6호기는 문 정부 출범 직후 건설 중단됐으나 반발이 거세자 건설 재개를 선언하기도 했다.

신한울 3·4호기는 내년 2월 건설 취소가 유력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정부가 건설 중단 상태인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전력 공급원(源)에서 배제하고,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 중 11기를 2034년까지 폐쇄하는 내용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자료 삭제 의혹을 두고 이날 국회에서 여야는 대립했다. 여권은 “명백한 정치 수사”라고 비판했고, 야당은 “탈원전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원자력 말려죽이기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을 담당해온 한수원은 기술력 해외 수출 등을 벌이고 있지만 앞날을 잃은 채 식물화된 지 오래다.

에너지 업계 복수 관계자들은 “정부가 처음에는 탈원전 근거로 ‘안전’을 문제 삼다가 위험성이 현저히 떨어지니 ‘친환경’을 앞세웠고, 그마저도 화석연료 발전에 비해 훨씬 청정 발전으로 알려지자 고효율의 원전을 ‘경제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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